[사설] 언론 통제하려는 ‘MBC 전용기 탑승 불허’ 결정 철회하라

입력 2022-11-11 04:01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대통령실이 11일부터 이어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는데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대통령실이 특정 언론사를 콕 집어 전용기 동행 취재를 불허한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출입기자들이 원할 경우 특별한 제한 없이 허용돼 왔고 비용도 해당 언론사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탑승 제한 조치는 대통령실의 월권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은 MBC가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도 하지 않고 있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 순방 때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MBC가 보도한 것 등을 문제 삼았는데 수긍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MBC가 왜곡·편파 보도를 했다고 단정했지만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보도에 이의가 있다면 납득할 방법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신청 등 법에 따른 구제 절차를 밟는 게 순리다. 취재 제한 조치는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니다.

윤 대통령은 10일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국익’을 거론하며 MBC의 보도가 국익에 반한다는 인식을 내비쳤는데 비속어 논란을 키운 쪽은 오히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다. 실수였다고 사과했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도 기이한 논리로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MBC 탓, 언론 탓을 하며 사태를 오히려 확산시켰다.

대통령실의 이번 결정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결여돼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윤 대통령이 줄곧 ‘자유’를 강조해 왔는데 자유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언론의 자유를 대통령실이 앞장서서 침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5개 언론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헌법이 규정한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도 강한 유감을 표하고 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불허 결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무리수를 고집한다면 지난 9월 해외 순방 성과가 ‘비속어 논란’에 묻힌 것처럼, 이번 아세안·G20 정상회의 순방도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에 묻힐 수 있다. 그게 바로 국익 훼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