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내수용’ 꼬리표를 떼고 비(非) 중국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문을 두드리가 하면, 미국을 중심으로 부는 ‘탈(脫) 중국’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SNE리서치는 올해 1~9월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CATL 배터리 사용량이 27.4기가와트시(GWh)라고 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12.9GWh)과 비교했을 때 112.4%나 껑충 뛰었다. 시장 점유율도 12.8%에서 18.92%로 늘면서 파나소닉(18.90%)을 제치고 2위에 올랐다.
CATL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 기업이다. 다만 중국 내수 비중이 커 업계에선 중국을 제외한 시장 점유율을 따로 집계한다. 중국을 제외하면 CATL은 늘 3위권 밖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근소하게나마 파나소닉을 넘어섰다. SNE리서치는 “지난달 점유율만 놓고 보면 CATL(20.9%)이 파나소닉(15.9%)보다 5% 포인트 높다.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CATL의 성장세는 1위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도 좁혔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9월 배터리 사용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늘어난 43.7GWh로 집계됐다. 점유율은 35.7%에서 30.1%로 5.6% 포인트 하락했다. SNE리서치는 “CATL이 테슬라 모델3를 비롯해 메르세데스 벤츠 EQS, BMW iX3, 미니쿠퍼 등 순수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점유율을 확대했다”며 “CATL 등 중국 업체들의 폭발적인 성장세로 한국 배터리 3사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CATL은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판로 개척,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CATL은 지난달 열린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원재료 확보 측면의 장점을 경쟁 우위로 삼아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IRA 영향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의 미국 진출이 제한될 것으로 본다. 이는 한국 배터리 업계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CATL이 소재 가격 경쟁력을 전기차 배터리 가격 인하로 이끌어 낸다면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경쟁사들 대비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가격 경쟁력이 미국 정부 보조금 영향을 뛰어넘을 정도로 높아진다면 IRA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