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은 집안이 천국이었다. 가난한 살림으로 등록금을 제때 내지 못해 늘 선생님께 핀잔을 들었다. 그래서 등록금 독촉을 잘 하지 않는 선생님은 무조건 좋아했고 등록금을 나보다 늦게 내는 친구를 가장 좋아했다. 소풍 때 가방 가득 먹을 것을 싸 가는 친구가 부러워 음식 대신 신문지를 가득 넣어 갔고 비 오는 날은 우산이 없어 비를 맞거나 형이 입던 모자 달린 초겨울 점퍼를 비옷처럼 입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이웃에서 돈을 빌려 수학여행비는 냈지만 입을 옷이 없어 장롱 속에 있던 어머니 점퍼를 입고 떠났다. 여자 옷이라고 친구들이 놀리면 남녀 공용이라고 우겼다. 이런 환경들로 나는 심한 열등감에 빠지며 가까스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들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을 누리는데 나는 돈을 벌기 위해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때 함께 일하던 직원을 따라 자동차 정비기술 학원에 다녔다. 3D 업종에서 힘들게 일하는 중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친한 친구들과의 연락도 하나 둘 끊어졌다.
그러나 직장에서는 남다른 성실함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다른 회사와 축구시합을 할 때엔 몸이 마르고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선수로 끼워 주지 않았다. 자존심이 너무 상해 그때부터 운동선수들처럼 지옥훈련을 했다. 주말이면 집 앞 북한산에 오르기 시작해 나중에는 북한산 정상을 30분 만에 주파했다. 결국 축구 경기에서 주전 선수가 되어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일하다 다리를 심하게 다쳐 큰 수술을 받았는데 더 이상 무리한 운동은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직장생활로 어렵게 저축한 돈마저 아버지의 빚과 주식투자로 날리며 건강까지 한 순간에 잃었다.
큰 좌절과 낙심에 빠지자 막연하게 알고 있던 하나님이 생각났다. 그런 어느 날 맞선을 보는데 그녀는 진지한 모습으로 복음을 전했다. 세상 때가 묻지 않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그 모습에 매료되어 한 번 만남으로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결혼 후 바로 아내를 따라 한마음교회에 갔다. 성도들의 모습은 모두 해같이 빛났고 목사님은 계속 예수님의 부활을 선포하셨다. ‘어? 나도 잘 아는 부활을 왜 이렇게 예배 때마다 반복하지?’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부활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인터넷을 통해 예수님의 부활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미국 시카고 트리뷴 신문 기자가 쓴 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기자의 관점에서 부활사건을 객관적으로 조사했는데 결론은 예수님의 부활은 역사적인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옥스퍼드 대학의 한 주임교수는 책 소개 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재판정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을 처리하듯 부활사건을 조사하고 오랫동안 역사와 기록들을 철저히 연구한 결과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고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사건보다 더 확실하게 증명될 수 있는 사건이 인류 역사에는 없다”고 기술했다. 순간, ‘아! 바로 이거구나! 정말 예수님이 부활하셨고,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셨구나!’ 탄성이 터지며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이 밀려왔다.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니고 중·고교 시절엔 미션스쿨을 나와 성경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그 후에도 계속 교회에 출석하며 유명 목사님 설교까지 많이 들었지만 내 믿음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오직 부활의 표적 하나를 통해 하나님의 살아 계심과 천국과 지옥이 확증되고 부활하신 후에야 성경과 예수님의 하신 모든 말씀을 믿었던 제자들처럼 나도 성경 말씀과 예수님을 흔들림 없이 믿게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예수님은 내 노력이나 신념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오직 부활의 표적을 통해서 믿는 것이었다.
연이어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성령께서 책망하시는 죄라는 것도 선명해졌다.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고 내가 하나님 되려고 한 죄가 얼마나 무서운 죄인지 비춰지자 가슴이 철렁했다. 그동안 입술로만 ‘주여, 주여’ 하며 철저히 내가 주인되어 힘들게 살아왔던 죄! 드디어 그 엄청난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하나님께서 하잘 것 없는 나를 예수님과 영원히 한 생명으로 연합시키고 예수님 안에 있는 모든 신령한 복을 다 쏟아부어 주셔서 30년이 넘는 깊은 열등감에서도 완전히 빠져나와 마음에 참 자유를 누리기 시작했다. 실수로 300만 원이 넘는 자동차 엔진을 망가뜨려도 이내 마음의 평강을 찾았고 고객 차를 내 차처럼 정성들여 정비하면서 수시로 복음을 전했다. 장모님이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에 가서 복음을 전하며 옆 자리의 90세 넘은 할머니께도 복음을 전했다. 감사하게도 너무 간절히 복음을 들으신 할머니는 예수님을 영접하고 내 두 손을 꼭 잡고 고맙다며 눈물을 펑펑 쏟으셨다.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역사하신 것이다.
가진 것이 없고 많이 배우지도 못했지만 자부심으로 당당히 복음을 전하는 삶이 너무 행복하다. 날마다 복음에 집중하고 복음을 반복해서 붙드니 놀랍게도 나의 삶 가운데도 부활하신 예수님이 날마다 더욱 선명해진다. 지옥에 갈 수 밖에 없는 나 같은 죄인을 대신해 십자가를 지고 영원한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을 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드린다.
박일권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