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한강과 북한강 기준으로 나눈 경기북부와 경기남부는 사회·경제적 인프라 수준이 천지 차이다.
경기북부는 대북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전체 면적의 44%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고, 경기남부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기반시설에도 불구하고 같은 경기도라는 이유로 수도권정비계획법 역시 적용된다. 또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이 포함된 팔당상수원 관리지역 등 이중 삼중으로 중복된 규제로 경기북부는 경기남부보다 낙후됐지만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특히 경기북부는 수십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한 것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경기북부의 많은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행위가 제한되면서 주민들은 수십년간 재산권 행사에 많은 불이익을 당했기 때문이다.
경기북부에는 군사기지법에 따른 경기도내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약 80%가 몰려 있다. 보호구역은 군부대 동의를 받지 않는 이상 모든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또 전국 주한미군공여구역 중 70%가량이 경기북부에 있다.
동두천시는 시 전체면적(95.66㎢)의 42%에 해당하는 40.63㎢가 미군기지로 사용됐다. 23.21㎢는 미군기지 평택 이전에 따라 반환됐지만, 캠프케이시와 캠프호비, 캠프캐슬 일부, 캠프모빌 일부 등 기지는 미군이 여전히 사용 중으로 반환 시기가 불투명하다. 동두천시는 미군기지 조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의 특성상 자체적인 개발이 어려워 국가 주도의 개발을 요청하고 있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10일 “현재까지 반환된 공여지 대부분은 개발 여건이 좋지 않은 산지다. 개발이 기대되는 동두천 중심의 캠프케이시 등 부지는 여전히 미군이 사용 중”이라며 “동두천시가 70여년간 희생한 데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미군기지 반환을 앞당기고 국가가 주도해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양주시 조안면은 47년 전 개발이 올스톱됐다. 조안면은 수도권 주민 식수 공급을 명분으로 1975년 개발제한구역을 따라 지역의 84%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이곳에는 생활필수시설인 병원, 약국, 미용실, 문방구 등이 들어설 수 없다. 1970대의 낙후된 모습 그대로다.
반면 북한강을 마주한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일대는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 등 규제를 받지 않아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조안면 주민과 남양주시는 수도법 및 상수원관리규칙의 건축물 설치, 영업허가 제한 등이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현재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본안심사가 진행 중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조안면 주민들은 수십년동안는 희생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치안과 안전을 담당하는 경찰과 소방력도 경기북부는 홀대를 받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리적 특수성과 인구 증가에 대응해 2016년 경기경찰청에서 독립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전국 총 범죄 등 치안지표 전국 5위권으로 14개 치안감 시·도경찰청 중 치안 수요가 가장 높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12곳, 경기남부에만 3곳이 있는 경무관급 경찰서가 경기북부에는 한 곳도 없다.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는 전국 평균 398명이지만, 경기북부는 527명(전국 2위)을 담당해 치안여건도 매우 열악하다.
북부소방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북부 소방관 1인당 담당인구는 1047명(전국 3위)으로, 전국 평균 807명과 비교해 매우 높다. 그런데도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예산은 총 405억원으로, 전국 19개 본부 중 18번째에 그친다. 1조1632억원으로 전국 1위 규모의 예산이 편성된 경기남부소방재난본부와는 1조원이 넘는 차이를 보인다.
경기북부 지역 11개 소방서를 지휘하는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장의 계급은 소방준감이다. 고양소방서장 계급도 소방준감이다. 현장지휘권에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경기북부경찰과 소방 모두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분할청 취급을 받으며 승진 인사에서도 제대로 된 안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북부재난본부는 승진심사 권한도 없다”면서 “북부재난본부가 전체 인사를 못하더라도 소방경 이하 승진심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현재 요청 중”이라고 했다.
이같은 각종 규제와 차별 등 홀대를 받아온 경기북부에서는 경기도를 남부와 북부로 나눠 낙후된 경기북부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기 남·북부 지역 특성에 맞춰 규제를 해제하는 등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은 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각종 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치권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경기북부 설치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난 7월 취임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제부총리를 하면서 경기북부의 성장잠재력을 분명하게 봤다”면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경기북부특별자치도추진단을 설치하는 조직개편에 나서면서 기대감은 조금씩 커지고 있다.
2020년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북부 지역은 그동안 각종 규제로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고, 균형발전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해 이대로라면 앞으로 더욱 열악해질 것이 자명하다”며 “경기도 주민들 역시 격차 해소를 위해 경기북도를 설치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