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8억수수 사전 인지’ 규명이 대선자금 수사의 관문

입력 2022-11-10 00:02
서울중앙지검은 9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비리와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자택과 민주당사 내 정 실장 사무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앞 검찰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 연합뉴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당시 후보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도 정해진 수순이 됐다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 공소장에 이 대표 이름과 ‘제20대 대선 경선’을 명시했지만, 이 대표 공모 여부와 자금의 용처는 담지 않았다. 이 대표가 최측근의 자금 수수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를 규명하는 문제가 이번 수사의 주요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8일 김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뒤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받은 것으로 조사된 돈이 캠프 등으로 흘러가 실제 선거자금으로 쓰였는지, 이 대표가 자금 지출 부분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아직 빈칸인 상황이다.

관건은 이 대표의 사전 인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김 부원장이 받았다는 자금이 직접 이 대표에게 전달됐는지보다는 두 사람 사이에 불법 정치자금 관련 ‘공통의 인식’이 형성돼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8억원대 불법 자금의 출처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하고 있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 돈을 선거자금으로 별도 관리해서 쓰자’ 등의 공통 인식이 있었는지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이 자금 수수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자금 모집과 사용 내역을 알고 있는 선거캠프 관계자들 조사가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2012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이상득 전 의원의 경우 자금 수수에 대한 이 전 의원의 묵시적 용인이 있었다는 취지의 보좌관 진술 등이 유죄 근거가 됐다. 보좌관이 지원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돈 반환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이 의식적으로 외면하지 않는 한 기업 지원금의 존재에 대해 개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수사 진행 경과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뇌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 등이 사업상 특혜를 목적으로 김 부원장에게 돈을 줬다고 보고 있다. 한 현직 판사는 “자금과 이 대표 사이의 연관성을 드러내는 증거가 확보된다면 검찰에서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대선이라는 특수성과 자금 규모를 고려하면 후보자와의 관련성을 가리는 게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2003년 대검 중앙수사부가 수사했던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의 경우에도 다수의 관련자 처벌은 이뤄졌지만 이회창 후보 본인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