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68만명 늘었지만… 상당수가 ‘고용불안’ 고령·단기근로

입력 2022-11-10 04:07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0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같은 달보다 67만7000명 늘었지만 취업자 증가 폭은 5개월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68만명 가까이 늘어났지만 취업자 증가 폭은 다섯 달째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자와 단기 취업자 비중이 증가하면서 고용의 질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커졌다.

통계청은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같은 달 대비 67만7000명(2.4%) 늘어난 2841만8000명으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10월 기준으로 보면 1999년(96만6000명) 이후 23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은 62.7%를 기록하며 1982년 7월 월간 통계 작성 이래 10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지난달 실업률은 2.4%로 1999년 이후 10월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고용 활황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용의 질과 관련 추이를 보면 고용 위축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10월 고용지표가 양호한 것은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 경기가 최악을 찍은 지난해와 비교해 고용 상황이 나아진 게 지표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업자 수는 기저효과에 따라 지난 1월(113만5000명)과 2월(103만7000명)에 걸쳐 100만명 이상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동안 연속으로 증가 폭이 줄었다.

늘어난 일자리 가운데 상당수가 단기근로 혹은 고령층 일자리라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429만9000명으로 조사됐다. 40년 만에 최대치로 전년 같은 달 대비 345만9000명 급증했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279만4000명 급감했다. 주36시간 근로는 주5일제 기준 하루 7시간가량 일하는 것으로 전일제와 시간제 근무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결국 급여가 작고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단기 근로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지난달 한글날 대체공휴일(10월 10일)의 영향으로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하루에 8시간 동안 5일 근무하는 근로자가 대체공휴일에 쉬어 4일만 일했다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로 분류될 수 있다.

노년 취업자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6만명 증가하며 전체 취업자 수 증가 폭의 67.9%를 차지했다.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취업자가 증가했지만 고령층이 전체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한 것이다. 고령층 상당수가 상용직이나 임시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내년에는 취업자 수 증가 폭마저 큰 폭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을 8만4000명으로 추계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고물가와 금리 인상, 수출 위축 등 요인으로 취업자 증가 폭이 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