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앞둔 유럽연합(EU) 대사관 상무관보 자리를 각각 없애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보직 축소 소식에 산업통상자원부 내부는 뒤숭숭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월 전 부처에 ‘정원 5% 감축’이라는 내용이 담긴 통합활용정원제 지침을 전달했다. 이후 외교부는 공관 대상 인원 조정안을 마련해 행안부에 제출했다. 조정안에는 제네바·주벨기에 EU대사관 상무관보 자리를 없애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안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최종안은 다음 달 공개될 행안부 전 부처 직제 개편 때 정해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공급망 교란 등 ‘경제안보’가 핵심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통상 관련 보직을 줄이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가뜩이나 통상 관련 산업부 해외 보직이 부족한 가운데 통상 기능이 더욱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제네바나 EU 대사관 상무관보 자리는 풀어가야 할 통상 현안이 많은 자리로 꼽힌다.
산업부 내부에선 “사무관급이 맡는 상무관보 자리가 없어지면 과장급인 상무관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사무관들 중심으로 불만이 크다. 한 공무원은 9일 “사무관들이 해외에 파견 나갈 수 있는 자리가 적은 편인데 경쟁이 더 치열해지게 됐다”고 말했다.
상무관보 자리가 사라지게 된 배경에는 통상 기능을 둘러싼 산업부와 외교부 간 오랜 신경전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통상 조직과 기능은 김영삼정부에서 산업부로, 김대중정부에서 외교부로, 박근혜정부에서 다시 산업부로 이관됐다. 윤석열정부에서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운영 기간 통상 기능을 둘러싼 두 부처의 기싸움이 극에 달했었다. 행안부가 인력 감축의 키를 쥐고 있긴 하지만, 공관 인력 감축 부분은 외교부 측이 주도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공무원은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서 산업부로 넘어올 때 해외 공관 자리는 함께 넘어오지 않았는데 그나마 있는 인력마저 줄인다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