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초강대국 와칸다의 왕이자 블랙 팬서, 티찰라(채드윅 보즈먼)가 죽었다. 티찰라의 죽음 이후 서방 세계는 와칸다의 비브라늄을 호시탐탐 노린다. 아들을 잃고 왕위에 오른 여왕 라몬다(안젤라 바셋)는 딸 슈리(레티티아 라이트)와 함께 숲에 들어갔다가 깊은 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탈로칸의 왕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를 마주친다.
비브라늄을 보유한 탈로칸은 와칸다와 마찬가지로 서방 세계의 위협을 감지한다. 네이머는 자신의 동맹이 돼 지상 국가들을 함께 치지 않으면 와칸다와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협박한다. 결국 탈로칸의 공격으로 어머니를 잃게 된 슈리는 원수를 갚기 위한 복수심에 블랙 팬서로 나서게 된다.
마블 스튜디오의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블랙 팬서2)가 9일 국내에서 전세계 최초로 개봉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4의 마지막 작품이자 블랙 팬서 실사 영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아프리카 문화를 보여주는 전통적이고 성대한 티찰라의 장례식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여성 전사들의 용기와 연대를 부각시켰다. 슈리는 오빠를 잃은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지만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라몬다와 슈리를 비롯해 아이티에 몸을 숨기고 있던 티찰라의 연인 나키아(루피타 뇽오), 와칸다 최고의 장군 오코예(다나이 구리라)는 서로를 위로하며 블랙 팬서가 사라진 와칸다를 지키기 위해 적과 맞선다.
전편에서 와칸다로 대표되는 아프리카 문명을 환상적으로 그린 영화는 속편에서 열강들의 중남미 침략으로 고통받은 사람들과 마야 문명을 담았다. 탈로칸에서 ‘쿠쿨칸’(깃털 달린 뱀신)으로 불리는 네이머를 등장시키며 아프리카 문명과 마야 문명의 만남을 보여준다.
지난달 28일 국내 언론과 가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레티티아 라이트는 “이번 영화가 해당 지역 원주민들에겐 중요한 영화가 되고 고대 마야 문명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전편은 아프리카 문화를 깊이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이번에는 두 문화가 한 영화에서 함께 표현되는 것이 아름다웠다”고 밝혔다.
해저에 생성된 국가 탈로칸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구현한 ‘블랙 팬서2’는 육지와 바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액션 시퀸스와 드라마로 161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채웠다. 수중 촬영이 비중 있게 진행되면서 배우들은 영국 런던에서 수영 강습을 받고 미국 애틀랜타에서 프리 다이빙 훈련을 했다.
극중 티찰라가 세상을 떠나고 배역을 맡았던 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2020년 대장암으로 사망하면서 팬들은 영화에서 어떻게 보즈먼을 추모할 것인지 개봉 이전부터 큰 관심을 가졌다. 이야기는 티찰라와 보즈먼을 추모하며 다소 진지한 분위기로 전개된다. 영화는 슬픔을 딛고 성장한 슈리가 상복을 태우는 장면으로 마무리되고, 제작진은 엔딩 크레디트에 “우리의 친구 채드윅 보즈먼에게 바칩니다”라는 자막을 남겼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