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출금리 7%·CP금리 5%인데 한발 늦는 금융당국 대응

입력 2022-11-10 04:03

미국이 지난주 기준 금리를 또다시 대폭 인상하면서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불확실성이 커졌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저성장의 복합 위기를 겪는 우리 경제에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은행의 수차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7%대에 진입했다. 소득에서 세금을 내고 나면 원리금도 못 갚는 대출자가 12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하면 대출 원리금을 못 갚을 대출자도 190만명에 달한다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당분간 시장 금리는 계속 오를 전망이라 취약 계층의 고통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그 범위를 더 확대하고 신속하게 집행해 서민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업도 사정이 안 좋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고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속출하면서 단기 자금시장 투자 심리 지표인 기업어음(CP) 금리가 뛰고 있다. 91일물 CP 금리는 9일 연 5.0%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여러 신용 이슈와 자금 경색 우려 등이 CP 금리에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 사태 후폭풍의 영향이 크다. 정부는 흥국생명이 5억 달러어치 신종자본증권의 조기 상환을 연기하려는 것을 알았는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동안 한국 채권에 대한 신뢰가 급락했다. 채권의 부도 위험을 알려주는 지표인 CDS 프리미엄은 작년 말 대비 3배나 올랐다. 금융당국이 흥국생명의 조기 상환 연기 계획을 철회시키며 수습하긴 했지만 정부의 뒤늦은 대응으로 혼선이 지속된 측면이 강하다. 지금 금융시장은 매우 불안하다. 약간의 위험 징후만 포착돼도 곧바로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형국이다. 뒷북 대응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