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호 기소부터 삐거덕… 김형준 1심 무죄

입력 2022-11-10 04:05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9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소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9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에게 무죄를 선

했다.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재판받은 박모 변호사도 무죄가 나왔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15~2016년 검찰 출신 박 변호사에게 현금 1000만원과 93만5000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간 1000만원은 뇌물이 아닌 차용금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금전 거래가 뇌물이라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2016년 7월 27일 박 변호사에게 1000만원을 빌렸다가 일주일 뒤 모두 갚았다는 김 전 부장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 변호사가 결제한 술값 93만5000원의 경우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부장검사는 당시 예금보험공사에 파견 중이어서 박 변호사 사건 처리에 구체적·직접적 권한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사건 담당 검사에게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2016년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으로 김 전 부장검사가 수사 선상에 올랐을 때 함께 조사됐었다. 그는 스폰서 김모씨한테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지만, 박 변호사 관련 사건의 경우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 이후 2019년 김씨의 고발로 경찰 수사가 재개됐고,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지난 3월 기소했다.

공수처는 “재판부 판단 중 법리적으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즉시 항소 뜻을 밝혔다. 하지만 공수처가 기소권을 행사한 1호 사건이 첫 관문에서부터 무죄가 선고되면서 공수처의 수사 및 공소유지 역량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장검사 변호인은 “공수처가 정치적 계산과 조직 논리에 따라 수사와 기소를 했다”고 주장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