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하는 설교] 맹인이 맹인을 인도할 수 있나

입력 2022-11-11 03:09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망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에게는 사과를 드리고 입원한 분들은 빨리 회복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단순하게 보면 교회와는 거리가 있는 사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번 사건으로 희생된 많은 젊은이의 영혼은 교회를 원망할 것이 분명합니다.

교회는 말로는 개혁주의 신앙 노선을 강조하며 교회를 바꿔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물질문명에 오염돼 해야 할 본분을 잃어버리고 세속화되고 말았습니다. 교회가 4차 산업혁명이 지나가고 5차 산업혁명이 와도 말씀을 전하며 복음을 최고의 가치로 자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교회는 세상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기독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교회의 본분입니다. 땅끝까지 말씀을 퍼트리라는 주님의 지상명령을 잊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자신의 지식과 경력과 체험 등 자기 의만 자랑하는 바리새인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회개하지 않습니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인 목사는 이번 사건에 책임이 큽니다. 전하지 않는데 믿을 사람이 있습니까. 신비주의나 점 등 뉴에이지 문화로 타락한 청소년과 청년 세대들에게 반드시 있어야 할 생명과 구원의 가치관은 어떻게 전하는 게 좋을까요.

장소에도 영성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태원에서 사탄교가 매월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금요일 자정을 중심으로 클럽을 전세 내서 그들만의 집회를 하는데 벌써 오래된 일인데도 아무도 이 위험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한국 교회가 타락했을까요. 바로 신앙의 생명인 영성이 마르고 영적으로 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식으로 성경 공부는 잘하고 지성으로 사회 문제 진단은 잘합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영성의 기초가 없기에 영성이 계발되지 못하며 영적으로 미숙한 우리는 영적 전투가 벌어지는 서울의 골목에서 십자가가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기도는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능력을 테스트하거나 이기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단순한 종교적 주술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은 지 오래된 기독인들이 일명 ‘가나안’ 성도가 적지 않습니다. 가나안이란 ‘안 나가’를 거꾸로 해서 만든 신조어입니다. ‘가나안신자’는 크리스천이지만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들을 지칭합니다. 구약시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 땅을 벗어나 가나안 땅을 찾아 나섰듯 ‘새로운’ 교회를 찾아다니는 사람을 말합니다. 특히 영성이 메말라 괴로워서 회개하며 기도해 본 기억이 없는 무늬만 기독인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자기 의만 가득한 교회 지도자들은 회개해야 합니다.

신앙의 본분을 잊고 사는 것을 회개해야 하며 영적 소경이 되어 소경을 인도하는 자기 모습을 회개해야 하고 교회 최고의 가치인 예수 그리스도를 잊고 사는 것을 회개해야 합니다. 성도 여러분, 우리는 눈을 감은 지 오래됐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합니다. 눈을 떠야 합니다. 우리는 소경이 된 지 오래됐습니다.

“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다른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13:4~5)

윤석규 목사 (전 총신대 사회교육원 교수)

◇윤석규 목사는 총신대 사회교육원 도형심리상담사과정 책임교수를 역임했습니다. 현재 로고스치과병원 원목이며 내년 순복음춘천교회와 함께 춘천시민 행복교실 개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설교는 장애인을 위해 사회적 기업 ‘샤프에스이’ 소속 지적 장애인 4명이 필자의 원고를 쉽게 고쳐 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