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활발하게… 어려운 성도들에 생활비 ‘수혈’

입력 2022-11-10 03:04
예인교회 성도들이 지난 6일 인천 부평의 한 중학교 강당에서 ‘예인가족 전세대주일’ 모임을 갖고 있다. 예인교회 제공

경기도 부천 예인교회(정성규 목사)에는 아주 은밀한 사역이 하나 있다. 성도 중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찾아 생활비를 대주는 것이다. 일명 ‘예봄’ 사역. 예인교회 돌봄의 준말이다. 정성규(57) 목사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 공동체가 예배뿐만 아니라 삶에서 하나님의 제자 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봄 사역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성도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성도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최대 300만원씩 3차례까지 교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취업준비생에게 실업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도움이 필요한 성도가 있다는 것을 예봄위원회나 교육위원회 소속 위원이 알게 되면 담임목사와 협의를 거쳐 지급을 결정한다. 집행은 비밀리에 이뤄진다. 이에 따라 위원회 담당자와 실무자, 담임목사, 도움받는 성도 4명만 사역 실행을 알 수 있다.

교회 장부에 별도의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정 목사는 “도움받은 성도가 혹시 교회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보안 속에 사역을 한다”고 했다. 성도들을 도와줄 정도면 규모가 크고 재정이 넉넉한 교회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아니다. 2002년 설립된 예인교회 출석성도는 200여명. 별도의 교회 건물도 없다. 이곳저곳을 빌려서 예배 드린다.

예봄위원회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팬데믹 기간 활발하게 사역했다. 팬데믹 여파로 월세를 내지 못하거나 수입이 줄어든 성도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인교회 성도 A씨도 팬데믹 기간 뜻밖의 도움을 받았다. A씨 아내가 교회 봉사 활동 중 푸념처럼 생활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우연히 들은 위원회 담당자가 A씨 부부를 찾아가 도움을 받으라고 제안한 것이다.

그는 “일부러 찾아온 담당자의 청을 뿌리치기 어려워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추가로 빚을 지지 않을 수 있었다”며 “공동체 안에 어려운 성도를 찾아 돕는 교회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예인교회 성도들은 팬데믹 기간 예봄사역 기금을 별도로 내기도 했다. 함께 신앙생활 하는 교우들의 어려움을 돕기 원하는 성도가 그만큼 많은 것이다.

정 목사는 “예봄 사역은 성도들이 땀 흘려 번 돈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방향성을 준다”며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서로의 삶을 연결해주는 구심점이 되고 교우들에게 자부심이 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성도들이 공유하는 교회 표어 ‘비전은 하나님으로부터, 운영은 민주적으로, 소유는 최소한, 나눔은 최대한’에 부합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