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8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8억4700만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재판에 넘기며 공소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범행의 동기이자 배경으로 기재했다.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추진된 대장동 개발사업을 전후로 ‘대장동 일당’과 사업 인·허가권을 쥔 성남시 간의 유착 관계가 형성됐고, 이것이 20대 대선 경선 과정의 불법 정치자금 공여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이 재구성한 사건의 골자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지난해 2월 광주 등 남부지방을 돌고 있는데 자금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본부장의 진술도 공소장에 담았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 범행 모의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해당 발언이 당시 이재명캠프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던 김 부원장의 개인적 생각인지, 이 대표가 함께 논의했는지 등을 추가로 규명할 방침이다. 수감 중인 김 부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공소장 내용은 소설에 불과하다. 대장동의 공범으로 몰아가려고 (검찰이) 창작 소설을 쓰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날 김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공사에서 일한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 대장동 민간사업자 남욱 변호사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를 불법자금 공여·수수 혐의 공범으로 묶었다. 20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유착 관계를 맺어온 남 변호사에게 자금을 요구했고, 남 변호사는 사업상 특혜 등을 목적으로 금품을 건넸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김 부원장이 받았다는 불법 자금이 이재명캠프에서 사용된 흔적이 확인된다면 향후 수사가 이 대표를 향해 뻗어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의 단초격인 김 부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가 수사 중인 점을 감안해 법정에서 단계적으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번 수사가 2010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당선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온 유 전 본부장의 폭로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눈여겨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비서실장은 형제처럼 지내는 관계였다”고 말했다. 성남시가 추진한 각종 개발 정책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세 사람이 세부 내용을 공유하며 민간사업자들과 유착 관계를 형성해왔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하지만 향후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및 혐의 구성에 실패한다면 정치적 수사라는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과 김 부원장이 각각 혐의 입증과 무죄 소명을 자신하는 가운데 유무죄 여부는 법원에서 판가름날 예정이다. 공판에선 유 전 본부장의 폭로 동기부터 자금 전달 과정, 관련 진술 신빙성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양민철 구정하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