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경찰청장·서울청장실 포함 55곳 대대적 압수수색

입력 2022-11-09 04:06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 물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경찰청, 서울경찰청 등 이태원 참사 관련 4개 기관 55개소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연합뉴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집무실을 비롯해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55개 장소를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 부실 대응을 강하게 질타하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주 엄정하게 진실을 규명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특수본은 8일 경찰과 소방 당국, 용산구청 및 서울교통공사 4개 기관 55곳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특수본은 윤 청장과 김 청장,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류미진 총경 등 경찰 지휘·보고라인을 포함해 주요 피의자 및 참고인으로부터 총 45점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휴대전화도 포함됐다. 또 핼러윈 데이 안전대책 등 문서 472점과 PC 전자정보 1만2593점도 압수했다.

압수수색에는 윤 청장실을 포함해 경찰 최고 지휘부 사무실도 다수 포함됐다. 현직 지휘부를 상대로 한 경찰의 강제수사는 매우 이례적이다. 윤 청장은 오전 11시에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출석을 위해 여의도로 출발하기 전 수사팀에 휴대전화를 제출해야 했다.

수뇌부 사무실과 용산서장실은 지난 2일 특수본의 1차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돼(국민일보 11월 4일자 1면 참고) ‘셀프 수사’로 인한 한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윤 청장과 김 청장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이 전 서장 혐의 규명과 경찰 지휘부의 참사 전후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서장과 김 청장, 윤 청장 사이에 오간 보고와 지시 과정을 재구성해 사고 당시 경찰 지휘라인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향후 수사에서 두 사람의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나면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부실 대응의 지휘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청의 경비부장실 정보부장실 112상황실장실 및 용산서 경비과장실 정보과장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핼러윈 데이 전 기동대 투입 문제를 두고 사고 현장과 용산서, 서울청 사이에 의사 결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주요 수사 대상이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군중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취지의 정보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삭제한 경위도 수사 중이다.

수사와 별개로 경찰청 특별감찰팀도 참사 당일 서울청 112상황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당시 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이 참사 발생 1시간24분 뒤인 오후 11시39분에야 상황실에 돌아와 첫 보고를 받아 서울청 차원의 사태 파악이 지연됐다. 특수본은 류 총경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아닌 직무유기 혐의만 적용된 상태라고 정정했다.

용산구청도 재차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구청장실과 부구청장실을 포함해 행정지원국과 문화환경국, CCTV 통합관제센터 등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용산소방서와 서울교통공사 본부, 이태원역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