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덜덜’ 용산소방서장도 입건… ‘대응 발령’ 제때 안해

입력 2022-11-09 00:02
좌측은 트위터 캡처, 우측은 뉴시스

이태원 참사 직후 언론브리핑에 나섰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데는 대규모 사고에도 대응 발령을 제때 하지 않아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용산소방서 등 소방 관련 7곳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소방 당국의 사고 초기 대응이 적절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최 서장의 집무실 수색에 이어 119구급차에 설치된 블랙박스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참사 이후 신고가 빗발쳤을 때 ‘대응 2단계’를 발령하지 않은 경위와 과실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응 2단계가 발령되면 인근 5개 관할 소방서에 출동 요청이 가능하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제출받은 참사 당일의 소방 내부 무전 녹취록을 보면 참사 당시 대응 2단계를 발령한 것은 발령권자인 최 서장이 아닌 서울소방재난본부였다. 최 서장은 오후 11시5분 무전기를 잡고 “용산하나가 지휘한다”며 직접 현장 통제에 나섰지만 대응 2단계를 발령하진 않았다.

현행 법령상 소방 대응 1단계 발령권자는 현장 지휘대장이며, 2단계 발령권자는 관할 소방서장이다. 오후 10시50분쯤 한 직원이 무전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하며 대응 2단계 상향을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대응 단계를 2단계로 상향한 건 1단계 발령 이후 30분이 지난 11시13분이었다.

참사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서울병원에 응급 환자 대신 사망자를 대거 이송하도록 여러 차례 지시한 내용도 혐의 적용의 한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소방 당국이 참사 당일 인파 통제와 관련해 경찰로부터 2차례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 출동에 응하지 않은 정황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공무원들 사이에선 최 서장 입건 소식에 거센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 소방청 인트라넷에는 “서장한테 책임을 지워 입건하면 앞으로 구조 활동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많은 시민들도 현장에서 손을 떨며 브리핑했던 최 서장의 피의자 전환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현장에서 구조에 힘쓴 분에게 표창을 줘도 모자랄 판”이라고 비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구조 현장에서 처벌되는 경우가 나오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법 위반’을 먼저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의재 신지호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