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 헬스장 믿었는데” 환불없이 줄폐업… 고객은 날벼락

입력 2022-11-09 04:03 수정 2022-11-09 09:46
지난해 서울 성동구 사근동 주민센터 헬스장에서 주민센터 직원이 헬스장 운영 재개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 직영 체인 헬스장 수십개를 운영하던 업체가 일부 고객의 회원권을 환불해주지 않은 채 지점을 순차적으로 폐업·매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헬스장 규모를 믿고 이용해왔던 고객들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직원 월급, 퇴직금, 4대보험료마저 수십억원씩 미지급한 사측은 현금이 부족해 당장 밀린 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경기·부산 등 전국에 54개 지점을 내고 영업하던 A사의 현재 남은 지점은 13개뿐이다. 그마저도 3개 지점은 매각 예정이다. A사는 저렴한 가격의 회원권으로 전국 대부분 지점을 교차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홍보해왔다.


올해 초부터 지점들을 폐업,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부 회원은 헬스장·PT 이용권 등을 환불받지 못했다. 통상 헬스장 이용권은 장기간 이용을 전제로 하고 결제하는 만큼 피해가 컸다. 지난 9월 폐업한 강남 B지점의 경우 “폐업하고 정산을 마친 뒤 다음 달(10월)까지 환불을 진행하겠다”고 고지했지만 아직까지 환불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형 체인점 규모를 믿고 등록을 한 탓에 이런 일을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150만원가량을 피해 본 최모(30)씨는 “일부 지점이 망한다 해도 본사가 있는 대형 헬스장인 만큼 환불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연간권을 결제한 지 한 달 만에 피해를 봤다는 김모(33)씨도 “문을 닫을 낌새가 전혀 없어 눈치채지 못하고 수십만원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A사는 상당수 직원의 임금과 퇴직금, 4대보험료마저 밀린 상태다. 강남 C지점의 경우 직원 4명이 밀린 임금 1억원가량을 지급받지 못한 채 지점이 폐쇄됐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 D지점의 한 직원도 “지점에서 일하던 정직원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까지도 월급을 떼여 생계가 막막하다”고 말했다. 사측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밀린 돈만 최소 30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이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다. 소비자보호원 관계자는 “환불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하지만 사측이 연락을 회피하거나 조정 결과에 응하지 않을 경우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구청 등 지자체 측은 헬스장 계약은 개인 간의 거래인 만큼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사 대표이사는 “코로나19 기간에 발생한 막대한 부채가 발목을 잡았다”며 “현재 인수·합병 의사를 가진 타 업체 및 투자자들과 함께 경영 정상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