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걸음이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이 추구하는 ‘뉴 삼성’의 핵심가치가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상생’이라는 걸 강조하는 행보다.
이 회장은 8일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했다. 지난달 27일에 회장으로 취임한 뒤 첫 현장경영의 행선지로 광주의 삼성전자 협력회사를 찾은 데 이어 두 번째 중소기업 방문이다.
동아플레이팅은 전기아연 표면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지난 2018년 이후 3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았다. 동아플레이팅은 기존 수작업 공정을 자동화하는 등의 제조 혁신으로 생산성을 37% 끌어올리고 불량률을 77% 낮췄다고 한다. 근무환경도 대폭 개선해 청년들이 찾는 제조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임직원 평균 연령이 32세에 불과하다. 이 회장은 동아플레이팅의 생산현장을 둘러보며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금 업종을 포함한 뿌리산업은 IT, 자동차, 조선으로 대표되는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기초체력’이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청년층에 외면을 받으면서 임직원 고령화가 가속화하고있다. 동아플레이팅은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도금은 힘든 3D 업종(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업종)’이라는 편견을 깼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동적인 기업으로 변신했다. 동아플레이팅은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한 스마트공장 우수기업 표창을 받았고, 삼성전자와의 상생협력 우수사례라는 평가도 받는다.
삼성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이 회장의 ‘미래동행’ 철학에 기반해 2019년 ‘함께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이라는 새로운 사회공헌(CSR) 비전을 선포했다. 청소년교육과 상생협력을 CSR의 두 가지 중심축으로 정했다.
이날 이 회장은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서버용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출하식에도 참석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하기는 2020년 7월 이후 2년 만이다. 삼성전기에서 한국 업체로는 최초로 양산을 시작하는 서버용 FCBGA는 고성능·고용량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패키지 기판이다.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제품이다. 삼성전기의 서버용 FCBGA는 명함 크기만한 기판에 머리카락 굵기보다 미세한 6만개 이상의 단자를 구현했다. 1㎜ 이하 얇은 기판에 수동소자를 내장하는 수동부품내장 기술(EPS)로 전력 소모를 50% 절감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시장은 5G,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의 고성능 산업·전장용 첨단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7년 16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