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회들은 리더십 승계 문제로 잡음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담임목사가 물러날 때마다 목회대물림이나 청빙 등 다양한 형태로 승계가 이뤄지지만 이를 전후로 뒷말이 나오면서 교회가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서울 지구촌교회(김형석 목사)가 대표적이다. 이 교회 조봉희(67) 원로목사는 성공적으로 목회리더십을 승계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비결이 뭘까.
조 목사는 최근 미래목회포럼(대표회장 이상대 목사)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목회직 승계 경험담을 나눴다. 그는 ‘한국교회 목회리더십 승계 방향’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리더십 승계는 교회에 위기와 기회의 양면성을 동시에 준다”며 “‘어떤 목사’를 청빙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청빙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목사는 “‘어떻게’와 관련해 우선 다른 교회 현직 담임목사의 이력서를 받으면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교회를 떠나 더 나은 교회로 옮기고자 서류를 제출하는 목회자는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미국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내부 인물을 키워 승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미국의 100대 교회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후임자를 양성해 승계하고 있다. 후임자는 일반적으로 10~15년에 걸쳐 단계적인 승계 과정을 밟아나간다. 이에 따라 후임자가 해당 교회에서 사역하는 기간은 평균 약 21년에 달한다. 미국 100대 교회의 안정적인 목회 이면엔 단계적인 내부 인물 양성과 승계를 통한 안정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조 목사는 자신의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교회 상황을 잘 아는 부교역자 출신을 후임자로 청빙하는 것을 기본 지침으로 했다”며 “현 지구촌교회의 담임목사인 김형석 목사도 지구촌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시작해 15년 이상 사역을 함께하며 성장해 온 분”이라고 전했다.
현재 리더가 리더십 교체 시기에 가져야 할 3가지 훈련 방안도 제시됐다. 작아지는 훈련, 약해지는 훈련, 물러가는 훈련이다. 조 목사는 “리더십의 절정은 강함이 아닌 약함으로 전환돼야 하는 것이다. 바울이 그 표본을 잘 보여준다. 갈수록 더 작아지고 약해져 감으로써 하나님의 능력은 크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리더십 교체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6개월 이내가 가장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조 목사는 후임자가 부임 뒤 가져야 할 덕목은 이력이 아닌 인격과 신앙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목회자는 스펙과 이력으로 목회하는 것이 아니다. 부임 후에는 이력서 속의 내용이 별로 필요가 없다. 대신 인격과 신앙, 즉 헌신적 영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