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용산 서장·구청장·소방서장 입건

입력 2022-11-08 04:02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7일 이태원 참사 현장인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2차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의 경찰서장 구청장 소방서장 등 기관장 등이 전원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받게 됐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공통적으로 적용됐다.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 및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경찰청 특수수사본부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수본은 현장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서장과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총경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전 서장은 현장에 뒤늦게 도착해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류 총경은 당일 112치안종합상황실을 이탈했다가 사고 발생 1시간24분 뒤에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본은 두 사람의 과실로 피해가 커졌다고 보고 피의자로 전환했다.

특수본은 상황보고서에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이 ‘오후 10시20분’으로 기록된 것과 관련해 허위 작성 여부도 조사 중이다. 이 전 서장은 당일 오후 11시 1분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직후 시도한 전화 통화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사 직후 보고서를 폐기한 의혹을 받는 용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도 입건됐다. 이들에겐 직권남용과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됐다. 두 사람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군중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보고서는 용산서 소속 정보관 컴퓨터에 저장돼 있었는데, 참사 이후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해 이를 삭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해 “정보과장이 지시했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과장과 계장이 보고서 작성자를 회유한 정황도 나왔다. 특수본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는 경찰 첩보관리 시스템에 정상적으로 등록됐다가 72시간이 지나 시스템상 자동으로 삭제됐다”며 “‘이미 해당 내용이 삭제됐으니 애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하자’는 내용의 회유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와 관련해 박성민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도 특수본에 수사의뢰했다.

특수본은 이와 함께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도 입건했다. 구청 측을 상대로는 사전에 인파 사고 대책을 수립했는지 등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서의 경우 당일 접수된 신고에 대한 처리 과정이 적절했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용산서와 용산구청 등 8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서류와 녹취 파일 등 7134점에 대한 분석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현장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할 판단을 하지 못했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서울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경찰청의 감찰 조사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