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 휘말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질 여부와 시점 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장관과 윤 청장의 경질을 머뭇거릴 경우 민심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 장관 지키기에 급급하다가 ‘내각 총사퇴’ 주장으로 확대돼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선(先) 진상규명, 후(後) 인사조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7일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하며, 국면전환용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윤 청장 경질은 불가피하지만 이 장관 교체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장관과 윤 청장 경질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찰을 관장하는 업무가 행안부 장관에게 이관된 이상 행안부 장관도 정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둘 다 아까운 인재지만 경찰청장·행안부 장관은 이른 시일 내 정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이어 “수습의 명목으로 문책이 늦어지면 야당의 표적이 돼 누더기가 되고 국회는 야당 독무대가 되면서 정부도 흔들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영남권 한 의원은 “경질이 늦어질수록 야당에 얻어맞는 일만 많아질 것”이라며 “‘잽’도 여러 번 맞으면 쓰러진다. 대통령실이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의원은 “대통령실은 사고수습과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하는데, 참사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사고수습을 주도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정리하지 않고 있다가는 민심의 분노가 산불이 돼 여권을 덮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중진의원은 “이 장관과 윤 청장의 경질은 지금도 조금 늦었다”면서 “경질의 ‘골든타임’을 놓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당장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경질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공격과 여론에 떠밀려 이 장관과 윤 청장을 경질시킬 경우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이 장관과 윤 청장이 야권의 타깃이지만 윤석열정부 책임론으로 불길이 번질 가능성을 걱정하는 기류도 있다. 참사 주무부처 수장의 공백 사태로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근심스러운 대목이다. 후임 장관 후보를 당장 찾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최대 변수는 여론의 향배다. 대통령실은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경우 윤 대통령의 인사 결단이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야당의 공격이 무책임한 정치공세이며, 지금은 사고수습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판단하면 경질 카드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동성 손재호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