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상민·윤희근 ‘경질 불가피론’… 대통령실은 ‘선긋기’

입력 2022-11-08 04:05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분노에 불을 지르고 그걸 방패막이 삼아 정권퇴진운동을 벌이는 치졸한 정치를 당장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여권이 ‘이태원 참사’ 책임론에 휘말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질 여부와 시점 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장관과 윤 청장의 경질을 머뭇거릴 경우 민심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 장관 지키기에 급급하다가 ‘내각 총사퇴’ 주장으로 확대돼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선(先) 진상규명, 후(後) 인사조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7일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하며, 국면전환용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윤 청장 경질은 불가피하지만 이 장관 교체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장관과 윤 청장 경질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찰을 관장하는 업무가 행안부 장관에게 이관된 이상 행안부 장관도 정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둘 다 아까운 인재지만 경찰청장·행안부 장관은 이른 시일 내 정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이어 “수습의 명목으로 문책이 늦어지면 야당의 표적이 돼 누더기가 되고 국회는 야당 독무대가 되면서 정부도 흔들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영남권 한 의원은 “경질이 늦어질수록 야당에 얻어맞는 일만 많아질 것”이라며 “‘잽’도 여러 번 맞으면 쓰러진다. 대통령실이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의원은 “대통령실은 사고수습과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하는데, 참사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사고수습을 주도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이 장관과 윤 청장을 정리하지 않고 있다가는 민심의 분노가 산불이 돼 여권을 덮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중진의원은 “이 장관과 윤 청장의 경질은 지금도 조금 늦었다”면서 “경질의 ‘골든타임’을 놓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당장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경질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공격과 여론에 떠밀려 이 장관과 윤 청장을 경질시킬 경우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이 장관과 윤 청장이 야권의 타깃이지만 윤석열정부 책임론으로 불길이 번질 가능성을 걱정하는 기류도 있다. 참사 주무부처 수장의 공백 사태로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근심스러운 대목이다. 후임 장관 후보를 당장 찾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최대 변수는 여론의 향배다. 대통령실은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경우 윤 대통령의 인사 결단이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야당의 공격이 무책임한 정치공세이며, 지금은 사고수습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판단하면 경질 카드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동성 손재호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