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제선의 단계적 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미주, 유럽 등의 장거리 노선 항공권 가격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가격 급등, 글로벌 항공업계의 인력난 지속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7일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검색한 결과, 1인 왕복 기준으로 파리로 가는 항공권의 가격은 166만~210만원 수준, LA 항공권 가격은 200만~310만원 선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가격(100만~150만원)과 비교하면 아직 비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에 국제항공료는 지난해 10월보다 20%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노선 정상화 등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데도 항공권 가격이 ‘고공비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여객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하지 않고 있는 게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국제선 정상화 방침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 3월에 미주 지역을 운항한 항공편은 모두 3869편이었는 데, 지난 9월에 미주 운항편은 3637편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유럽 운항편수는 지난 3월 1153편에서 9월 1822편으로 소폭 늘었다.
또한 국제유가 불안정세에 따른 유류할증료 상승세가 항공권 가격을 밀어올린다. 대한항공의 경우 이달에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전월 대비 3단계 하락한 14단계다. 편도 기준으로 거리 비례별로 3만3000원에서 24만4500원의 유류할증료를 부과한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 7~8월 22단계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낮아지고 있다. 다만 올해 3월(10단계)에 견주면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다 미국과 유럽에서 항공업계 파업이 잇따르면서 항공수요 처리 능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의 자회사인 유로윙스 조종사들은 지난달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 9월에는 프랑스 관제사 노동조합인 전국항공수송관제사노조가 파업을 벌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항공사와 지상조업사들이 직원을 대량으로 해고하는 바람에 촉발된 인력난도 항공권 가격 고공비행에 힘을 싣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히드로공항이 12월 크리스마스 성수기에 벌어질 혼란을 피하기 위해 비행 제한을 걸 수 있다고 보도했다. 히드로 공항과 관련 회사들은 2만50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