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에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났으니 문책의 시간이 왔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격식을 갖춰 백배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7일까지 세 차례 사과했는데, 대국민담화와 같은 형식을 갖추라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은 파면하고,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은 책임을 인정하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받아들이라고도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내각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참사 직후 정쟁을 자제하겠다고 하더니 이제 본격적인 정쟁에 나선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는 “국정조사는 강제 조사 권한이 없으니 특검을 논의할 때”라고 말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법무부 장관이 국회 동의 없이 즉각 가동할 수 있는 상설특검에는 반대하는 분위기다. 대신 국회가 별도로 제정하는 특검법을 선호한다. 별도의 특검법을 제정하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하고 통상 한 달 이상이 걸린다. 경찰 수사도 하고, 국정조사도 하고, 특검도 하자는 것이다. 자칫 정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 때도 7년에 걸쳐 모두 9번의 조사·수사가 이뤄졌다. 검경 합동 수사, 국회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검찰 특별수사단 수사, 특검 수사 등이었다.
이태원 참사를 통해 재난을 예방하고 위기를 관리할 정부의 무능하고 해이한 실태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고, 위법한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책임자 문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태원 참사는 고위직 몇 사람을 바꾸고 처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수없이 안전사회 다짐이 있었지만, 실제로 나아진 게 별로 없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정부와 협력해 국가의 안전시스템을 점검하고 법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이 정부 공격에 매달리기보다 국가의 안전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