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45분’ 용산서 상황보고서, 조작인가 실수인가

입력 2022-11-07 00:02 수정 2022-11-07 00:04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전후 경찰 대응의 적정성 문제를 조사하는 경찰청 특별감찰팀이 서울 용산경찰서의 상황보고서 조작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의 동선을 사실과 달리 기록한 데 더해 참사 이전 군중 밀집사고 우려가 담긴 정보보고서를 윗선이 은폐하려 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별감찰팀은 주말 내내 용산서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감찰팀이 진상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사안 중 하나는 이 전 서장의 당일 행적이 담긴 상황보고서다. 용산서 112상황실이 작성한 해당 보고서엔 이 전 서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10시20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적혀 있다.

그런데 감찰팀이 주변 CCTV와 본인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이 전 서장은 차량 정체 속에 관용차로 사고 현장에 접근하려다 시간을 지체했고 실제 차량에서 내린 시각은 10시55분이 지나서였다.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건 11시5분이었다. 보고서에 기재된 시각과 45분가량 차이가 난다.

감찰팀은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을 대상으로 해당 보고서의 작성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용산서 책임을 피하고자 고의로 허위 기재한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누구의 지시로 이뤄진 것인지 등이 규명 과제다. 내부 감찰과 별개로 설치된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감찰팀에서 자료를 넘겨받으면 관련 수사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고서가 파출소 도착 시간을 적시하지 않은 만큼 ‘현장’을 이태원파출소보다 넓게 보고 작성했다는 항변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도착 후’ 차량 통제 등을 지휘한 것처럼 표현한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사고 전후 정보 은폐 의혹도 새로 불거졌다. 용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에서 참사 사흘 전인 지난달 26일 핼러윈 인파로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해당 과 지휘부가 사고 발생 직후 이를 삭제했으며 담당 직원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보고서는 서울경찰청에 보고되지 않았으며, 파일째 지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조치하지 않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은 지난 2일 특수본이 용산서 정보과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분석 과정에서 포착됐다. 앞서 지난달 초에도 인파 사고를 우려하는 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차례 이상 위험을 예상하는 사전 보고가 있었지만 상부에 보고되지 않는 등 제대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6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가 열리고 있다. 한덕수(위)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오세훈(아래) 서울시장, 윤희근(가운데) 경찰청장 등이 화상으로 참석했다. 중대본은 오는 10일부터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 긴급안전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용산서 정보과장과 계장 등이 직권을 남용한 혐의가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입건 여부는 사실관계 파악 후 검토할 예정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감찰을 계속하고 있으며, 특수본에서는 특수본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용산서 관계자는 의도적인 삭제가 아니라 수집 정보가 목적을 달성했고 기한이 지나 폐기 대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특수본은 이날 박찬우 경찰청 범죄정보과장(총경) 등 13명을 추가로 투입했다고 밝혔다. 박 총경과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1개 팀 6명이 합류하면서 전체 514명의 대규모 수사 조직이 됐다. 대변인에는 김동욱 서울 노원경찰서장(총경)이 임명됐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