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가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행정안전부로 현장상황 보고를 한 건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택에 머물고 있었음에도 행안부가 서울시·용산구에 ‘상황관리 철저’ 지시를 내린 지 30분이 다 돼서야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지자체 CCTV 관제센터 운영규정에 따르면 비상상황 발생 시 경찰서나 행안부 상황실로 상황을 전달하게 돼 있다. 관련 보고는 없었나’는 질문에 “용산구 관제센터에서 상황실로 보고한 건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영상정보처리기기 통합관제센터 구축 및 운영규정’에는 ‘통합관제센터장의 책임하에 처리상황 등을 경찰서(112 지령실), 재난상황실 등 유관기관에 신속하게 전파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참사 당일 119 최초 신고시간 이전 신고된 17건도 행안부 상황실에 전달되지 않았다. 앞서 중대본은 전날 브리핑에서 참사 최초 신고였던 오후 10시15분 이전에도 17건의 신고가 있었고, 이 중 1건은 참사 현장에서 접수됐다고 밝혔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119 신고자 통화녹취록을 보면 최초 신고보다 3분 빠른 오후 10시12분 이태원 제1동에서 “이태원…죠. 숨이…막혀가지고…○○아”라고 말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119 신고 접수 후 10여분 만에 서울시·용산구에 재난 발생 사실을 통보했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서울시 재난통합상황실에 오후 10시26분, 용산구 상황실에 오후 10시29분 각각 유선 형식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후 소방 1단계가 발령되자 행안부는 서울시·용산구에 오후 10시53분 재난문자 송출 등 ‘상황관리 철저’ 지시를 내렸고, 오후 11시40분 현장상황관을 파견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 장관은 서울시와 용산구에 재난 발생 사실을 통보한 지 50여분, 상황관리 지시를 내린 지 27분 만에 참사 발생을 인지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 장관은 참사 당일 집 앞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자택에 머물러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장관의 식사 시간과 상대 등은 공개를 거부했다. 앞서 이 장관은 오후 11시20분에 비서를 통해 사건을 보고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관리 지시 이후 서울시는 오후 11시27분, 용산구는 11시47분 각각 응급조치사항, 동원사항 등을 행안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천 의원에 따르면 이들이 보낸 공문에는 소방청의 시간대별 대응 내용만 사실상 ‘복붙(복사·붙여넣기)’해 기재돼 부실 대응 논란이 제기됐다. 또 시가 긴급재난문자를 오후 11시56분에 발송한 것도 늑장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이현 강준구 안규영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