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군불’ 대체거래소 설립, 올해도 불발될 듯

입력 2022-11-07 04:06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전경. 연합뉴스

한국거래소의 증권거래 시장 독점을 해소할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올해도 불발될 전망이다. 2013년 관련 논의가 첫발을 뗀 뒤 10년째 설립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근 급속도로 냉각된 증시가 영향을 미쳤다. ATS 설립은 내년 이후에야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6일 “올해 안에 ATS 예비인가 신청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현재는 희망 사항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예상했던 신청 시기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ATS가 예비인가 승인을 받기 위해선 신청일로부터 최소 2개월 지나야 한다. 당장 예비인가 신청을 낸다고 해도 연내 승인은 불가능한 셈이다.

당초 금투협이 목표로 했던 계획은 올해 예비인가 승인작업 및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2024년부터 업무를 개시하는 것이었다. ATS 설립이 지지부진한 데는 국내 증권시장에서 최초로 설립되는 ‘제2의 거래소’라는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 이 관계자는 “최초의 대체거래소를 만드는 일이어서 금융당국도 제도 측면에서 준비할 게 많고 금투협 쪽에서도 전산 개발과 투자 규모 산정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ATS 설립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컨소시엄 7개를 포함해 약 30개사로 알려졌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도 ATS에 대한 기대감은 예전 같지 않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한창 시장이 좋을 때는 대체거래소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현재는 시장이 너무 냉각돼서 ATS를 출범시킨다고 한들 수요가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TS가 가상자산 취급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컸지만 이에 대해서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형토큰과 대체불가토큰(NFT) 등 가상자산을 대체거래소에서 거래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관련 실무를 맡은 한 관계자는 “증권형 토큰이 미래 먹거리라는 점에선 당연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지만 현재 주식·채권 등을 어떻게 거래하고 청산할지도 정해지지 않은 마당에 가상자산까지 논의 범위를 넓히는 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이 증권형 토큰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ATS에서 취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에선 일부 코인을 증권형 토큰으로 규정하려는 기류가 있다. 하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수년간 결론 내지 못한 만큼 단기간에 결정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