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9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했다는 소식은 이태원 참사로 슬픔에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줬다. 사고 직후 밤낮없이 끈질기게 구조에 매달린 소방당국과 동료 광부들의 분투와 열정, 그리고 고립된 광부들의 생존 의지와 지혜로운 대처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매몰 사고는 지난달 26일 발생했다. 경북 봉화군의 아연 광산에서 채굴 작업을 하던 작업반장(62)과 보조작업자(56)는 토사가 쏟아지는 바람에 수직갱도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 두 광부는 사방이 막혀 있던 원형 공간에서 작업 때 챙겨간 커피믹스 30봉지와 10ℓ 물을 나눠 마시며 버텼다. 식수가 떨어진 뒤에는 지하수로 연명하며 침착하게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다. 추위를 견디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바람막이용 비닐을 치고, 마른 나무를 모아 모닥불을 피웠다. 이 모두 오랜 경험과 고립 때의 대비 매뉴얼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구조 당국이 지난 4일 밤 최종 진입로를 확보했을 때 스스로 걸어나올 수 있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절망하지 않고 온갖 사투를 벌이다 극적으로 구조된 두 광부의 인간 승리는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도 이들의 생환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고 있다. 두려움과 공포감을 이겨내고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광부들의 건강이 빠르게 회복되길 기원한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당국의 재발 방지책 마련이다. 이 광산에선 지난 8월에도 같은 수직갱도 다른 지점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죽고 1명이 부상을 당한 바 있다. 매몰 사고의 원인과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더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사회,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당국과 정치권이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