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지휘·보고 체계의 총체적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지휘부로 올라 가는 보고 라인은 1시간 이상 ‘먹통’ 상태였고, 서울청 112 치안종합상황실 당직 간부는 근무지를 이탈해 있었다. 이 와중에 현장 피해는 속절없이 커졌다.
3일 경찰의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보고서’를 보면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지난달 29일 참사가 발생하고 5분 뒤인 오후 10시20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 전엔 진보단체 집회 경비를 위해 오후 9시20분까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저녁 식사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때가 보고서상 시간보다 훨씬 뒤였다는 관련 진술을 확보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발생 수십 분 뒤라면 이미 수십 명의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시점에서야 현장에 나타난 게 된다. 이 경우 이 서장이 현장 도착 이후 취했다는 차량 통제 지시 및 안전사고 예방 지시 등의 조치가 허위로 기록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감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자택에 머무르고 있었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사고 사실을 처음 보고하려고 전화를 건 것은 오후 11시34분이었다. 실제 두 사람의 통화가 성사된 건 그로부터 2분 뒤였다. 사고 발생 후 1시간21분이 흐른 뒤다.
보고서 기록대로 오후 10시 15분 사고 발생 5분 뒤 이 서장이 현장에 도착했다면 이후 1시간 넘게 서울청장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는 점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특별감찰팀은 “감찰이 진행 중이고 수사가 예정돼 있어 구체적인 사실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별감찰팀은 다만 이날 특별수사본부에 이 서장을 수사의뢰하며 “용산서장은 사고 현장에 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보고도 지연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서장이 대통령실 인근에 매여 있었던 원인으로 지목됐던 집회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일찍 마무리됐다는 설명도 나왔다. 경찰청은 “사고 당일 용산서 관할인 삼각지 인근에서 열린 집회를 포함해 서울지역에서 개최된 모든 집회가 오후 8시30분쯤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 서장과 더불어 수사를 받게 된 류미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도 ‘보고 참사’ 의혹의 중심에 놓였다. 류 과장에겐 사고 당일 상황관리관으로서 당직 근무를 서며 서울청장에게 치안 상황을 알릴 책임이 있었다. 긴급한 사안일 시엔 경찰청 상황실에도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류 과장은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 결국 오후 11시39분에야 상황실 팀장에게 보고를 받고 제자리로 복귀했다. 사고 발생 후 1시간24분이 지난 뒤였다. 서울청장이 용산서장으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은 시점보다도 3분 늦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밤 12시를 넘겨 이튿날 0시14분에야 최초 보고를 받았다.
참사가 발생한 현장 인근엔 방범·주차 단속을 주목적으로 수십대 이상 CCTV가 가동 중이었다. 이들 CCTV는 용산구청 지하 통합관제센터와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당일 관제센터에 파견돼 영상을 모니터링하던 경찰은 평시와 다를 바 없이 1명에 그쳤다. 당일 112 신고 등과 연계해 모니터링을 했다면 인파로 인한 위험을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