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 몰라 우왕좌왕… 실종자 가족 피 말리는 ‘재난알림 시스템’

입력 2022-11-04 04:06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서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실종자 접수를 마친 가족과 관계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망 통보가 올 때까지 아무런 말도 못 듣고 있었던 게 말이 되나요. 이런 ‘깜깜이’가 어딨어요”

이태원 참사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실종 신고자 대기실에서 자녀가 숨졌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은 한 남성은 분개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이날 신고자 대기실에서는 종일 “다른 가족들에게는 연락이 갔나. 우리만 연락을 못 받은거냐” 등의 질문이 반복해서 나왔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대형사고 발생 시 실종자 가족 등에 대한 연락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참사에서 실종 신고자들은 실종자의 신원 확인이 완료된 후에야 경찰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이전에도 신원확인 절차 등에 대해 충분한 사전 안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종된 딸을 기다리던 A씨는 지난달 30일 “경찰의 신원확인이 제대로 이뤄지는 건지 모르겠다. 경찰이 우리 딸 사진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우리 딸을 찾는다는 거냐”며 불안에 떨었다.

같은 국적의 친구를 잃은 스리랑카인 B씨(34)도 소식을 기다리는 동안 “친구가 걱정되는 마음도 크지만, 아무런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더 컸다”고 토로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주민센터 실종자 신고 접수처를 30분에 한번씩 찾아가 ‘뭐가 좀 나온 게 있냐’고 물어야 했다”며 “다른 친구들은 언론 보도에 나오는 서울 시내 병원들을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실종 신고자 등의 초조함과 불안감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공 안전서비스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물론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도록 경계해야한다”면서도 “신고자가 직접 뉴스를 통해 실시간 현황을 찾아봐야할 필요가 없도록 사망자, 부상자 통계 수준이라도 지속적으로 문자 알림을 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체계적인 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번 참사에서 경찰과 소방당국은 서로 다른 사망자·부상자 수 집계를 발표해 혼란을 빚기도 했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의 경우 실종 신고 및 실종자의 인적사항을 관리하는 창구가 분산돼 정보가 한곳에서 관리되지 못한 것이 큰 문제였다”며 “재난이 발생하면 해당 지자체를 중심으로 컨트롤타워인 지역재난대책본부를 신속하게 설치해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하 신지호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