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25발 쏜 날, 우리 군은 미사일 발사 잇단 실패

입력 2022-11-04 00:03
지난 2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이 2일 전투력 향상 목적으로 개최한 유도탄 사격대회에서 지대공 미사일 발사에 잇따라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사격대회에서 국산 중거리 유도무기인 ‘천궁’ 1발은 비행 중 공중 폭발했다. 또 ‘패트리엇(PAC2)’ 요격미사일은 발사 직전에 오류가 포착돼 발사가 취소됐다. 이날 실사격은 가상의 적 공중 위협을 시현한 무인표적기를 실제 유도탄으로 격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북한은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기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포함해 동·서해상에 미사일 총 25발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같은 날 우리 군은 연이어 미사일 발사에 실패한 셈이다.

특히 지난달 현무-2C 탄도미사일 낙탄 사고에 이어 미사일 실패가 이어지면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공군에 따르면 충남 보령 대천사격장에서 2일 진행된 ‘2022년 유도탄 사격대회’에서 천궁은 발사 후 약 10초간 연소하면서 연료를 모두 소진한 뒤 해상으로 25㎞쯤 날아가 폭발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발사 전 유도탄이 비정상으로 확인돼 예비탄으로 교체 후 사격했으나 25㎞ 비행 후 신호 불량으로 자폭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또 “중간 단계에서 유도탄과 사격통제 레이더 간 교신이 계속 이뤄져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불안정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요격 미사일은 교신이 불안정한 상태로 특정 시간이 지나면 지상에 충돌하지 않도록 안전 목적상 공중에서 폭파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천궁은 2017년 전력화 이후 지난해까지 17발 모두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이 첫 실패 사례로 기록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제작 업체는 교신 불량 등 구체적인 폭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군은 밝혔다.

같은 대회에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1발은 발사 직전 오류가 포착돼 발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애초 계획됐던 2발 중 첫발은 발사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한 발은 사격이 취소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둘째 발에서 사격통제레이더를 모니터하는 가운데 레이더에 ‘폴트(오류)’가 떴다”고 설명했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은 앞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3차례 발사됐고 그중 22차례 정상 비행해 요격이 이뤄졌다.

최근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연이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핵심 무기체계가 제 기능을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4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해 우리 군이 쏘아 올린 현무-2C 탄도미사일 1발이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을 하다 강릉 소재 군 기지 내부 골프장에 추락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하루 뒤인 5일 새벽에는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사격으로 동해상에 발사된 에이태큼스(ATACMS) 2발 중 1발이 비행 도중 추적 신호가 끊기기도 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