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넘게 불안·우울 ‘급성 스트레스장애’… 한달가면 PTSD 치료

입력 2022-11-04 04:05
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재난 심리지원 현장 상담소’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 이곳 현장 상담소는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 옆에 설치됐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의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안이나 공포 분노 불면 우울 등의 증상이 1주일 넘게 계속되면 ‘급성 스트레스장애’,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3일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와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사회적(인적)재난이나 자연재난을 겪은 후엔 일반적으로 불안 분노 공포 짜증 우울 무감각 죄책감 의욕저하 같은 정서적 스트레스 반응과 집중력·판단력 저하, 기억 상실, 혼돈, 반복적 회상 등 인지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또 무기력 불면 두근거림 가슴답답함 소화장애 두통 어지러움 등 신체적 증상과 활동감소, 대인관계 기피, 흥분, 충동 행동, 음주·흡연 증가, 약물 복용 같은 행동의 변화가 초래되기도 한다. 이런 반응의 대부분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감소하지만 스트레스 대처 방법이 모두 다른 만큼 주변의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감정을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불안 공포 같은 재난 직후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3~7일 정도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이런 반응들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 반응이며 병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이땐 훈련된 전문가를 통한 심리상담 서비스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재난 경험자들은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정신적 충격에서의 회복이 단순히 그 사건을 망각하거나 그 일을 떠올렸을 때 더 이상의 감정적 고통을 느끼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진짜 회복은 덜 괴로운 상태가 되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당사자의 대처 능력에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회복을 위해선 우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사건이 발생했음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충분한 휴식과 균형잡힌 식사,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것, 평범한 일상생활을 조금씩 시작할 것,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말 것, 주변의 친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 사고와 수습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되 재난 과정을 반복적으로 보는 일을 피할 것 등의 지침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백 교수는 “다만 스트레스 반응이 1주일 이상 지속되면 ‘급성 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으로 전문가의 정신건강평가와 신체검진이 필요하며 4주 넘게 증상이 지속되면 PTSD 치료 지침에 따라 약물, 인지행동 등 전문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이날 “유가족과 부상자는 물론 현장 목격자, 구조인력, 일반 국민 등 통합심리지원단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를 찾는 이들이 폭증하면서 적시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민간 전문가 활용 등을 통한 정신건강서비스 지원 확대를 정부에 요구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