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상설특검이 답이다

입력 2022-11-04 04:10

과거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수사의 전면에 나선 것은 검찰이었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침몰(사망 292명), 94년 성수대교 붕괴(32명), 95년 삼풍백화점 붕괴(502명),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192명), 2014년 세월호 참사(304명) 당시 검찰은 처음부터 직접 수사에 참여했다. 때론 검찰과 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유기적으로 협력했다. 참사 유형 등에 따른 법리 검토와 사고 경위의 신속한 규명을 위해선 검찰 지휘 아래 경찰의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야 효율적 수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56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 수사에선 검찰의 직접 개입이 쉽지 않게 됐다. ‘검수완박’ 입법 탓이다. 당초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인 6대 범죄에서 ‘대형 참사’가 빠지고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된 개정법이 지난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건 송치 후 재수사에 나설 수 있는 검찰은 일단 경찰 수사를 관망 중이다. 문제는 초동 대응에 실패했던 경찰의 ‘셀프 수사’가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검찰로서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직무유기 등 경찰 범죄에 대해선 직접 수사가 가능하기에 시행령을 확대해석해 합수본을 꾸릴 수도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게 검찰 견해다.

그렇다면 묘안은 없을까. 대안은 상설특검이다. 그것도 국회 의결이 아닌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발동하는 상설특검이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법무부 장관이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 등을 이유로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건’ 규정을 활용하면 간단하다. 국회에 둔 특별검사추천위원회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면 된다. 여야가 추천위원 추천을 놓고 몽니만 부리지 않는다면 신속히 특검을 가동할 수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특검’ 때는 임명부터 출범까지 2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수사 공정성 시비를 불식할 합리적 대안이 있는데도 한동훈 장관이 머뭇거린다면 생각이 복잡하다는 거다. 특검의 성역 없는 수사로 자칫 정권의 치부가 드러날 수도 있으니까.

박정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