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힘든 삶과 이혼녀라는 세상의 시선으로 날카롭고 신경질적이던 엄마가 내가 6학년 때 교회에 나가며 예수님을 영접하고 놀랍게 달라졌다. 굳었던 얼굴엔 기쁨이 넘치고 몸도 건강해진 모습이 참 좋았지만, 이상한 소리로 기도하고 할 일도 미루고 전도하겠다고 나설 땐 너무 창피하고 속상했다. 엄마의 전도 열정은 평생 절에 다닌 할머니, 할아버지로 향하며 급기야 살던 집까지 정리하고 외갓집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는 돈이 떨어져 들어왔다며 어린 남동생과 나까지 눈엣가시로 여겼다.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이 듣기 싫은 데다 눈치 보는 것이 힘들었던 고3 때, 결국 사건이 터졌다. 엄마의 지나친 의욕은 할머니를 강제로 기도원에 모시고 갔고, 이 일로 수능시험 사흘 전인 추운 겨울 날, 우리는 할아버지와 삼촌에 의해 어느 옥탑방으로 쫓겨났다. 엄마 혼자 잘 믿으면 되지, 이렇게 내쫓기니 배고픔과 서러움에 미칠 것 같았다. 그래도 참고 학교 수업료를 도와 달라고 할아버지와 삼촌을 찾아가 잘못은 없었지만 눈물로 호소했다. 그 과정에 순간적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에 약을 먹었다.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을 때 아무 말 없이 바라보던 엄마의 미안해하는 눈빛은 두고두고 나를 후회와 죄책감으로 몰아갔다.
시간은 엄마와 외갓집과의 관계를 조금씩 회복시켰고, 대학을 졸업한 나도 취직했다. 안정적으로 살던 어느 날, 내 인생 최악의 사건이 일어났다. 사기 전과에 정신병까지 있는 사람과 재혼을 한 막내 이모가 결국 이혼을 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그 사람을 만나러 가야 했는데, 이모 혼자 보낼 수 없어 함께 갔던 엄마와 나, 이모 모두 그 사람이 휘두른 칼에 찔렸다. 엄마의 상태는 심각했고, 나는 미친 듯이 하나님을 부르며 기도했다. 엄마는 몇 번의 수술을 거쳐 기적적으로 생명은 유지했다. 이 일로 엄마에 대한 가족들의 오해가 풀리고 삼촌도 엄마에게 사과하며 가족관계는 완전히 회복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엄마는 사건 한 달 만에 하나님 곁으로 가셨다. 그때부터 하나님이 진짜 살아 계신다면 모든 것을 다 아실 텐데 왜 엄마를 데려갔느냐고 울부짖으며 하나님께 원망을 쏟아냈다. 엄마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날마다 시달리며 이런 일을 만든 이모도, 할머니 대신 엄마를 현장에 보냈던 할아버지도 원망스러웠다. 마음엔 온통 원망과 분노만 가득했다. 죽고 싶어도 지난 날 약을 먹었을 때 중환자실에서 본 엄마의 눈빛이 생각나 죽을 수도 없었다. 엄마의 빈자리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런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둘째 이모가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복음밖에 없다하여 한마음교회에 따라 갔다. 간절한 마음을 아셨는지 하나님께서 보지 않으면 믿지 못하겠다던 내 귀를 활짝 열어주셨다. 부활이라는 확실한 역사적 증거를 통해 하나님이 실재하심을 성령께서 비춰주신 것이다. 죽음 문제를 해결해 주신 부활하신 예수님, 그 분의 부활이 실제가 되며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 그리고 부활은 어느 날 뜬금없이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성경의 예언대로 이뤄졌다는 것이 아주 놀라웠다. 그런데 내가 지은 죄가 하나님이 죽을 결심까지 하게 한 큰 죄라는 말에 충격을 받고 그 죄를 알려달라고 엎드렸다.
그때, 삼촌이 엄마를 때릴 때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 잘못 없이 맞는 엄마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부엌의 식칼을 들고 달려가 “정말 미치겠어! 하나님과 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나한테 이런 꼴까지 보이면서 하나님 편에 설 거라면 난 죽어버릴 거야!” 하며 엄마에게 소리쳤다.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전혀 관심이 없이 내 인생의 주인은 나였던 그때 내 모습이 바로 마귀의 모습이었음을 성령께서 비춰주셨다. 예수님을 무시하고 내가 주인되었던 죄! 그 죄에 대해 회개가 터지며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맞아 들였다.
그동안의 모든 고통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다는 사실이 알아지며 한없이 눈물이 났다. 영원한 천국에서 사랑하는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망에 흥분이 되었고, 끝없이 원망했던 이모와 모든 분들이 주님의 사랑으로 용서가 되었다. 죽고 싶다던 막내 이모는 복음으로 변화되어 새사람이 되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우리와 함께 열심히 교회에 오셨다. 삼촌도 예수님이 살아계신 것을 인정하는 등 하나님의 은혜로 온 가족이 변화되었다.
지금도 나는, 엄마의 열정을 생각하며 미술 학원에 오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날마다 복음을 전한다. 한 영혼이라도 찾고 싶어하시는 주님의 마음이 알아지니 잠시도 멈출 수 없다. 뜨거웠던 어제의 고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날 위해 죽고 부활하셔서 지금 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과 지금 동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삶임을 새삼 깨닫는다.
아들 결혼식에서 하객들에게 하나님을 만나는 축복을 누리길 원한다는 축사를 하신 삼촌은 명절 때에 4대가 함께 모이면 가정 예배를 인도하신다. 그 모습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20년 전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들을 주님께서 이뤄주셨다.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전능자가 영원히 함께 하시니 언제나 기쁨이고 감사하다. 오늘도 ‘예수는 나의 주!’를 외치는 모습을 가장 기뻐하실 주님과 날마다 동행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김수정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