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대응 적정성 여부를 수사·감찰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경무관)가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특수본 구성 하루 만에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셀프 수사’라는 우려 속에 신속히 사고 원인 및 책임 소재 규명에 돌입했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서울청과 용산서를 비롯해 용산구청, 서울소방재난본부 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안전관리본부, 다산콜센터 및 이태원역에 수사 인력을 보냈다. 다만 이태원역의 경우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지 못해 3일 다시 압수수색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수사의 첫 단추는 참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다.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초기 상황을 복원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참사 현장 당일 다양한 목격담이 나오는 만큼 참사에 이르는 경위를 정확히 밝히겠다는 취지다. 앞서 서울청에 설치됐던 특별수사본부는 참사 주변 CCTV 52대와 다수의 소셜미디어 영상물을 확보해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원인 규명은 결국 경찰과 소방, 구청 등 관련 기관들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로 귀결될 전망이다.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들의 책임이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특별수사본부는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에서 참사 당일 현장 조치 결과, 업무 보고 내역 등 내부 문건을 확보하며 사고 초기 대응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사 직전 112 신고 녹취록 전문이 공개된 후 경찰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은 만큼 단계별 실무자와 지휘라인 전반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특별수사본부와 별도의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고강도 내부 감찰에도 착수한 상태다.
인파를 통제할 경비 인력이 제대로 배치되지 않은 구체적 경위도 규명할 계획이다. 현재 경비 인력 배치 문제를 두고 용산서와 서울청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경찰이 사고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할 구청인 용산구청도 주요 대상에 포함됐다. 구청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대책 회의를 열었지만 안전 대책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구청 내부 회의 문건 등을 확보해 사전 준비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와 이태원역을 대상으로는 ‘무정차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참사 이전인 오후 9시38분 무정차 운행을 요청했다고 설명했지만, 공사 측은 사고 이후인 오후 11시 이후에 경찰로부터 무정차 요청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별수사본부는 참사 현장에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토끼 머리띠 남성’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