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사태 파악 대통령보다 늦었다

입력 2022-11-03 04:06
윤희근 경찰청장이 30일 오후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현장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경찰청 제공

‘이태원 참사’ 직후 윤희근 경찰청장이 첫 보고를 받은 것은 2시간이 지난 시점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이 소방당국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시각보다도 1시간 이상 늦었다. 이 때는 참사 현장에서 이미 수십명이 심정지 상태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던 시점이다. 경찰 최상부로 보고가 지연되면서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9일 사건 발생 1시간21분 뒤인 오후 11시36분에야 이임재 용산서장에게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2일 파악됐다. 오후 11시34분 걸려온 부재중 전화를 확인한 김 청장이 2분 뒤 다시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장은 오후 10시20분 현장에 출동했다고 기록됐지만 그로부터 1시간을 넘겨 김 청장에게 보고한 것이다. 윤 청장은 더 늦은 이튿날 오전 0시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다. 윤 청장은 5분 뒤 김 청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김 청장은 “곧 도착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0시25분쯤 김 청장이 현장에 도착한 뒤 서울경찰청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11시1분 첫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윤 청장과 김 청장보다 빨리 보고를 받은 것이다. 윤 대통령 첫 지시는 오후 11시21분에 이뤄졌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도 경찰 수뇌부보다 이른 오후 10시 48분에 첫 신고를 접수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32분 뒤인 11시 20분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서 행정안전부, 대통령실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와 순서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인력 배치가 미흡해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137명을 현장에 배치했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지난 29일 오후 9시30분이 넘어 현장에 도착한 교통경비대 20명을 포함한 수치다. 또 관광경찰 10명은 질서유지 업무가 아닌 외국인 통역 지원 등을 맡았다. 인파가 집중되는 저녁시간대 불과 100명 남짓한 인력이 현장에 배치돼 있었던 셈이다. 이중 형사·생활안전과 소속은 마약·성범죄 등 불법행위 단속에 투입될 인력이었다.

국민일보가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 근무일지를 보면 당일 당직팀(10명)이 순찰 근무를 했고, 사람이 몰린 오후 8시부터는 10명의 다른 팀 직원들이 지원 근무 요원으로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이는 밀려드는 인파를 통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일선 인력 부족 상황은 112 신고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참사 당일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11건 신고 중 6건에서 압사 사고에 대한 직접 언급이 있었다. 112 신고는 시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접수된 후 긴급성에 따라 5단계 코드를 지정해 일선 경찰서에 전달된다. 경찰은 11건 중 8건을 출동이 꼭 필요한 ‘코드 제로(0)’와 ‘코드 원(1)’으로 분류했지만 이를 감당할 인력이 부족해 신고 처리가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이형민 김판 문동성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