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관련 112녹취록 전문 공개 이후 대통령실과 정치권, 정부는 일제히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현장 경찰을 비판했다. 하지만 10만명 이상이 밀집하는 행사에 단 137명을 배치한 상황에서는 애초 군중 통제 및 사고 억제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일 경비인력 배치 등에서 오판을 한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라인 책임론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정보과는 이태원 핼러윈 행사를 앞두고 치안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이후 서울경찰청과도 공유했지만 경비기동대 등 경력 투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137명을 현장에 배치했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참사 당일인 지난 29일 오후 9시30분이 넘어 현장에 도착한 교통경비대 20명을 포함한 수치다. 또 관광경찰 10명은 질서유지 업무가 아닌 외국인 통역 지원 등을 맡았다. 인파가 집중되는 저녁시간대 불과 100명 남짓한 인력이 현장에 배치돼 있었던 셈이다. 그나마 형사·생활안전과 소속은 마약·성범죄 등 불법행위 단속에 투입될 인력이었다. 교통경비대 지원 이전에는 경찰관 6명이 이태원 인근 교통 통제를 맡았다.
국민일보가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 근무일지를 보면 당일 당직팀(10명)이 순찰 근무를 했고, 사람이 몰리는 오후 8시부터는 10명의 다른 팀 직원들이 지원 근무 요원으로 대기 중이었다. 오후 9시부터는 10명의 직원들이 도보로 순찰을 돌았지만, 밀려드는 인파를 해산시키는 건 역부족한 상황이었다. 인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당일 근무일지에는 핼러윈 관련 상부의 별도 지시 사항도 없었다.
이런 상황은 112 신고 대응에서도 드러난다. 참사 당일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11건 신고 중 6건에서 압사 사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었다. 경찰 신고는 통상 윗선인 시도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 접수된 후 긴급성에 따라 5단계 코드를 지정해 일선 경찰서에 전달된다. 경찰은 신고 8건에 대해 출동이 꼭 필요한 ‘코드 0’와 ‘코드 1’으로 분류했지만 현장에는 치안 수요를 감당할 인력이 부족해 신고 처리조차 지연되는 상황이었다.
경찰 지휘부는 기동대 투입 결정과 관련해 ‘일선의 공식 요청이 없었다’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상황에서 경찰 보고·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도 나타났다. 서울 경찰인력 운용을 총괄하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당일 사건 발생 1시간21분이 흐른 오후 11시36분에야 이임재 용산서장에게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서장은 사고 발생 직후인 오후 10시20분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이후 1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관련 내용을 김 청장에게 보고했다. 김 청장은 자정 무렵 참사 현장에 도착했으며, 서울경찰청 차원의 대응도 이때서야 본격화됐다.
이형민 김판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