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동해상 탄도미사일 발사로 2일 경북 울릉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되면서 섬 전체가 공포감으로 큰 혼란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울릉군청의 대피 안내 메시지가 공무원들보다 14분이나 늦게 발송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울릉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55분쯤 울릉 전역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사이렌은 2∼3분간 이어졌다. 사이렌은 마을마다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송출됐다.
이번 공습경보는 북한이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행정안전부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가 오전 8시54분쯤 항공우주작전본부로부터 요청을 받아 1분 뒤 발령했다. 공습경보는 적의 공격이 긴박하거나 실시되고 있을 때, 경계경보는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발령한다. 울릉도에 공습경보나 경계경보가 발령된 건 처음이다.
그러나 많은 주민은 공습경보가 왜 발령됐는지 알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행정 당국이나 경찰 등도 초기에 정확한 내용을 몰라 상황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상황을 파악한 울릉군은 오전 9시5분쯤 전 직원에게 지하로 대피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정작 주민들에게는 이보다 한참 뒤인 오전 9시19분에 ‘울릉 알리미 앱’을 통해 지하시설 등으로 대피하라는 안내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마저 앱을 사용하지 않는 중장년층 주민은 메시지를 받을 수 없었다. 울릉군은 마을방송 등을 통해서도 주민에게 안내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이런 방송이나 경보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주민들은 행정 당국의 늑장 대처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주민은 “내막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주변에서 전화가 와서 확인해 보니 미사일이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했다”고 말했다. 울릉에는 8곳의 민방위 대피소가 있지만 주민 상당수는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울릉군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습경보가 울리고 대피하라는 문자가 와서 직원들이 군청 지하로 대피했다”면서 “5분 정도 대피했다 복귀했는데 처음 겪는 일이어서 모두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56)씨는 “갑자기 사이렌이 울려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것인 줄 알았다”면서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주민들이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도동 주민 박모(65)씨는 “경보 발령 후 20분쯤 지나서 대피 안내문자를 받았지만 지하대피 장소를 몰라 답답했다”고 말했다. 군청과 경찰에는 하루 종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어선이나 여객선도 조업과 운항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북도는 어선안전조업국을 통해 어선은 38도선 이남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오전 포항에서 출발해 울릉 도동항으로 가려던 썬라이즈호는 20분 늦게 출발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도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에서 조업하던 어선 71척을 철수시켰다.
강원도 접경지역 안보관광지 운영도 전면 중단됐다. 고성군 통일전망대는 직원들을 민간인출입통제선에서 철수시켰다.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생태평화공원과 승리전망대, 평화전망대 등도 방문객 출입 통제에 들어갔다. 인제군도 DMZ 테마노선 탐방과 양구 두타연 등 도내 안보관광지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 이종복 고성 명파리 이장은 “주민 모두 큰 동요 없이 민통선 출입 통제가 해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남북 관계가 악화하지 않고 잘 풀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울릉=안창한 기자, 고성=서승진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