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여과 없이 퍼진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상상초월”

입력 2022-11-03 04:09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119 구급대원들이 희생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로 인해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은 현재 진행형이다. 참사에 따른 심리적 충격은 사망자 가족이나 지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애썼던 경찰관, 소방관, 의료진을 비롯해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시민 상당수도 참사 당일의 잔상이 가시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향후 이번 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심리적 상흔을 어떻게 치유해야 하느냐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일보가 2일 전화로 인터뷰한 심민영(46·사진)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그간 크고 작은 사회적 참사가 남긴 마음의 상처를 보듬는 일을 해왔다.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항공기 추락 사고를 시작으로 2014년 메르스 사태, 2019년 강원도 산불 등에서 피해자 심리지원을 맡았다. 이번 참사에서도 심 센터장이 수장으로 있는 센터는 심리적 후유증을 겪는 이들에게 전화 상담(1577-0199)을 하고 있다.


그간 여러 재난을 겪은 심 센터장에게도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한 치유의 과정은 힘겨워 보인다. 센터는 이번 사건에 직접 영향을 받은 이만 약 1000명으로 추산한다. 사망·부상자와 유가족 외 현장에 있던 이들 정도만 따져도 그렇다. 더욱이 이들은 대부분 특정이 불가능해 지원이 쉽지 않다. 참사 현장이 유튜브 영상 등으로 생중계 되다시피해 이를 지켜본 이들의 심리적 충격도 클 것으로 전망한다.

심 센터장은 “현장에 폴리스라인 자체가 없었기에 접근성이 너무 높았다. 영향을 받은 이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영상으로 바로 전파가 된 것도 노출도를 전례 없이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에는 언론을 통해 참사를 접하며 모자이크 등 순화된 장면을 봤지만 이번에는 (소셜미디어 등으로) 적나라하게 대중에 전달됐다. 심지어 원하지 않아도 노출이 됐다”며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이 무척 많아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참사 영상과 뉴스를 반복적으로 찾아보는 행위는 심 센터장 설명에 따르면 일종의 강박행위다. 불편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보를 찾아 통제하려는 욕구가 행동으로 드러난다는 이야기다. 그는 “자극에 노출될수록 본래 의도와 달리 오히려 고통이 커진다. 통제하려는 의도 자체가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뉴스 등을 찾아보는) 행동을 하지 않고 감정이 수그러들길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센터장은 현장에 있었던 경찰, 소방관이나 유족 등이 죄책감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죄책감은) 서로의 안전을 책임지고 싶은, 선한 의도의 방증으로 나타난 감정”이라며 “불확실하고 설명되지 않는 사고 원인 등을 통제하려는 마음 때문에 책임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재난의 경우 100% 원인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심 센터장은 설명했다.

한국 사회는 재난 트라우마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심 센터장은 “대규모 재난 때는 트라우마 치료에 (일시적으로) 민간까지 총동원되지만, 사회적 자원을 투입하지 않아 시스템화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상황이 끝나는 순간 지원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이 반복돼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사회에 재난대책본부가 세워질 정도의 굵직한 재난이 1년 평균 13건 일어난다. 재난의 영향을 받는 이들도 갈수록 늘기에 시스템을 마련하고 자원을 투입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