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의 대응 미흡을 이유로 현장 경찰에 대한 고강도 감찰이 예고되자 이태원파출소를 중심으로 일선 경찰의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인력 운용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지휘부가 사고 현장에서 몸으로 뛴 하급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지우려 한다는 것이다.
2일 찾은 이태원파출소에는 지난달 29일 참사 당일 투입됐던 당직팀이 근무 중이었다. 어렵게 접촉한 한 경찰관은 “우리가 신고가 계속 들어오는 데도 현장에 나가지 않았던 게 아니다”며 입을 열었다.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이라며 사과했고, 경찰청은 11건의 112 신고 중 4건에 대해서만 출동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경찰관은 “동일 지역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이미 출동한 경찰이 있으니 (전화로) 종결처리를 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신고를 받고도 안 나갔다’는 식으로 청장이 발표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나갔던 직원들은 지금 내가 살리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괴로워하는데, 감찰 조사까지 받는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겠나”라고 호소했다.
이태원파출소 소속 다른 경찰관도 “비슷한 내용의 신고 10개가 들어오면 10개를 묶어 하나로 처리한다”며 “이미 유사한 신고가 떨어져 동일 건으로 처리한 것인데, 상부에서는 출동해 본 경험이 없으니 현장을 모르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사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에 대한 실질적인 트라우마 치료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 경찰관은 “트라우마 치료 공지는 내려오지만 그날 이후로도 계속 정상근무 중”이라며 “야간근무를 하고 퇴근하면 지쳐서 자기 바쁜데 어떻게 치료를 받느냐”고 했다.
당일 이태원 현장의 일부 상인은 경찰이 영업 조기종료를 권하자 욕설을 내뱉으며 “당신들이 손실을 보상해 줄 거냐”며 거세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태원파출소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경찰관도 경찰 내부망에 “사건 발생 후 영업종료 협조 요청을 했지만 일부 업소는 ‘별거 아닌 일에 유난 떨지 마라’ ‘손님들 안 보이냐’ 등의 발언을 하며 큰 소리로 음악을 틀고 통행을 방해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 작성자는 “‘112 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찍혔다”고 윤 청장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에 다른 신고도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20명으론 역부족이었다”고 주장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