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면초가’ 상황에 놓였다.
‘이태원 참사’ 관련 섣부른 발언으로 비난 여론을 자초한 데 이어 경찰의 ‘112 신고’ 늑장대응 파문까지 겹치면서 여당 내에서도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정무적 책임 또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면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판단이 이뤄지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밝혔다. 진상 규명 결과를 지켜본 뒤 문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장관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관리·감독을 강조하면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까지 강행했지만, 경찰의 늑장대응 파문으로 오히려 궁지에 더 몰렸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장관에 대한 ‘선(先) 수습, 후(後) 경질’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 장관 거취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일단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실관계에 대한 원인규명, 이런 것들이 다 이뤄진 다음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고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이 장관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잘못한 것을 무작정 감쌀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이 장관이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에 대한 당내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장관이 경찰의 집단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밀어붙였던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 조직을 민주적으로 관리·감독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경찰의 늑장대응이 드러나면서 행안부의 경찰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더해졌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장관이 사태 수습 전에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권은희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본인들의 거취에 대해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문제는 빨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진상규명이 선행된 후 책임을 묻겠다는 기조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의 사고 당일 미흡한 대처를 엄중하게 보고 있는 만큼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문책 인사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문동성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