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전 ‘매우 붐빔’ 시그널… 기지국 데이터는 경고했다

입력 2022-11-03 00:09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119 구급대원들이 희생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시 공공데이터가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의 인구 혼잡도에 대해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꾸준히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인구 혼잡도 데이터를 방역, 재난 예방에 활용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의 경고’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KT와 협력해 지난 9월부터 시내 관광지와 주요 상권 등의 인구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KT LTE·5G 사용자의 신호(기지국 데이터)를 5분 단위로 집계하고,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해 전체 실시간 인구로 보정한 뒤 30분 단위로 데이터를 제공한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오후 10시에 이태원 관광특구 일대에는 약 5만7340명이 몰리면서 ‘매우 붐빔’ 수준을 보였다. 같은 날 오후 1시 이태원 일대엔 1만1136명의 인구가 몰렸다. 이어 오후 7시에 4만4000명을 넘기며 빠르게 인구 혼잡도가 높아졌다. 오후 8시에는 5만1000명에 이르면서 인구 혼잡도가 ‘정점’을 향해 달려갔다. 전날의 경우 이태원 일대에서 인구 혼잡도가 가장 심각했던 시간은 오후 10시였다. 혼잡도는 3만116명이었다. 이때와 비교해 참사 당일 인구 혼잡도는 1시간 만에 1만명 이상 늘어나는 등 심상찮은 흐름을 보였다.


‘매우 붐빔’은 해당 지역에 평소와 비교해 매우 많은 인구가 몰렸음을 의미한다. 인구 혼잡도 데이터는 과거 28일간 평균치보다 인구가 2배(100%)를 초과하면 매우 붐빔으로 판단한다. 면적 대비 인구 밀집도도 평가한다. 밀집도 ‘매우 높은 상태’는 한 사람이 점유하는 공간이 1.73㎡ 미만이고 이동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정의한다.

인구 혼잡도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매우 붐빔으로 표기됐다는 건 인구 증가세와 밀집도가 현저하게 높은 동시에 시민의 이동에 제약이 생겼다는 걸 알리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다. 기지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경고가 제기됐지만, 행정 당국은 별도의 사전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9월에 이 시스템을 내놓으면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하는 용도로 활용한다고 밝혔었다. 이태원 일대에 사람이 집중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면, 밀집도를 낮추려는 사전 조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인구 밀집도가 어떤 위험 상황을 나타내는지 기준을 정립하고, 사고 예방으로 이어지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혼잡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자동으로 행정 당국에 경보를 보내 경찰, 소방의 예방적 조치가 이뤄지게끔 하거나 재난문자로 이동 자제를 요청하는 식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여러 상황을 측정하고 실시간으로 알릴 수 있는 데이터는 충분히 존재한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결국 행정 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