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지났다지만… 소비자물가 석 달 만에 상승폭 확대

입력 2022-11-03 04:05
김장철 채소 수요 급증 등 영향으로 최근 3개월간 5%대를 기록한 물가 상승률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사람들이 마늘을 고르는 모습. 뉴시스

둔화 조짐을 보이던 물가 상승세가 3개월 만에 다시 가팔라졌다. 정부는 물가가 지난 7월(6.3%) 정점을 찍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내년 3월까지 5%대 고물가 국면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2일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로 전년 동월 대비 5.7% 올랐다. 소비자 물가는 6월 6.0%, 7월 6.3%로 상승세를 탔다. 이어 8월 5.7%, 9월 5.6%로 둔화하다가 3개월 만에 상승 폭이 커졌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물가는 같은 기간 4.8% 상승했다. 2009년 2월(5.2%) 이후 1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렸다.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동월 대비 23.1% 올라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물가에서 전기·가스·수도가 차지하는 기여도는 9월 0.48% 포인트에서 10월 0.77% 포인트로 올랐다. 외식 가격도 1년 전보다 8.9% 오르며 여전히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올해 10월까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집계됐다. 만약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하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찍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1분기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으로 국제유가 변동뿐 아니라 김장철 채소류 수요 급증 등 물가를 끌어올릴 대내외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로 다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상황”이라며 “7월이 물가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5%대 고물가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물가 정점론’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