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도 위험천만”… 신도림·고속터미널역 등 안전 손본다

입력 2022-11-03 04:04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혼잡도가 심각한 수준인 서울 지하철 역사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들어가기로 했다. 사진은 승객들로 붐비는 서울 신도림역 승강장 모습. 국민일보DB

이태원 참사 이후 많은 인파가 붐비는 출퇴근길 지하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가 이에 대응해 혼잡도가 높은 역사를 선정해 긴급 점검에 들어가기로 했다.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혼잡도가 심각한 수준인 역사에 대한 분석에 나선다고 2일 밝혔다. 특히 승객 동선, 안전시설 보강, 대피공간 확보, 모니터링 CCTV 설치, 안전요원 상시배치 5대 항목을 중심으로 시설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에 대한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온라인상에는 “지하철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일상”이라는 내용의 경험담이 수차례 공유됐다. 특히 한 시민이 소셜미디어에 “동생이 2·4호선 지옥철 구간을 이용하다가 가슴 인대가 늘어났다. 위험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경험담을 공유해 공감을 받기도 했다.

점검 대상 역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용객이 많은 환승역 위주로 검토되고 있다. 특히 9월 기준 일일 승하차 인원이 13만8250명 수준이었던 사당역(2·4호선), 12만2579명 수준인 고속터미널역(3·7·9호선), 10만2147명 수준인 신도림역(1·2호선) 등이 점검 대상으로 거론된다. 환승 인원을 고려하면 이들 역은 실제 이용객이 승하차 인원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열차가 6량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혼잡도가 높은 지하철 9호선도 여의도역과 당산역 등이 점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9호선 노량진역에서 동작역 구간의 최대 혼잡도는 185%에 달한다.

서울시는 대상 역을 정한 뒤 소방·안전·시설 등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면밀한 현장 조사와 분석을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위험한 구조로 판단되면 시급하게 공사를 진행해 여유 공간 등을 만들 예정이다. 시는 인파가 몰릴 때를 대비한 승객 동선을 계획하고, 현장에 안전요원도 상시 배치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시는 안전시설과 모니터링 CCTV를 주요 역사에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기존 예산을 통해 시급한 사업은 진행하고, 중장기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다.

다만 시는 9호선의 현행 6량 열차를 8량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아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열차 혼잡도 개선을 포함해 중장기적으로는 지하철 노선 추가 등 다양한 안을 두고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치구들도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마포구는 이날 홍대 클럽거리를 중심으로 급경사지를 일제조사하고 구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구는 우선 홍대 클럽거리 인근의 급경사로를 대상으로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한 ‘미끄럼 방지 포장’을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사람들이 보행과 운전 중 위험 구간임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적색’ 미끄럼 방지 포장을 하기로 했다.

강서구는 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과 각 119안전센터에 구내 맨홀 점검을 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맨홀이 떨어지거나 도로와의 높낮이 차이로 넘어지는 사고가 우려되는 곳이 점검 대상이다. 도봉구는 초등학생 이상 구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연중 무료로 진행할 계획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