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투고 있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발행 주관사 BNK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걸 예정이다. 애초 주관사 한국투자증권과 갈등을 빚던 강원도는 대출 금리를 낮춰주겠다는 BNK투자증권과 손을 잡았지만 이제는 법정에 올라 서로를 공격해야 하는 악연으로 이어지게 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원도는 BNK투자증권을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등을 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강원도는 ABCP 대출 만기를 연장하기로 합의했는데도 부도 개념인 디폴트(채무 불이행) 처리한 BNK투자증권에도 레고랜드 사태 촉발 책임이 있다고 판단, 법리를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와 BNK투자증권 간 인연은 약 2년 전 시작됐다. 2013년 12월 210억원 규모의 ABCP를 처음 발행했던 강원도는 담보물 변경이나 ABCP 대출 금리 조정 등을 두고 당시 발행사였던 한투증권과 지속적인 갈등을 빚고 있었다. 3.5%였던 ABCP 대출 금리를 낮출 필요성을 느낀 강원도는 여의도 내 여러 증권사와 접촉했고 2020년 11월 3.1%를 제시한 BNK투자증권으로 발행사를 변경했다.
하지만 1년 뒤인 이듬해 11월 BNK투자증권은 ABCP 대출 금리를 4.8%로 1.7%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강원도의회 회의에서는 “ABCP 대출 금리가 1년 만에 2%포인트 가까이 올랐는데 발행사를 바꾼 명분이 없지 않느냐”는 질타가 쏟아졌지만 강원도는 “기준금리 인상기라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BNK투자증권의 대출 금리 인상 요구를 수용했다.
동반자였던 둘 사이는 지난 9월 29일 BNK투자증권이 ABCP를 디폴트 처리하며 변곡점을 맞았다. 채권 시장 경색을 일으킨 레고랜드 사태의 시발점이다. 강원도는 “1개월여 전인 지난 8월 26일 ABCP 만기를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를 마쳤다. BNK투자증권이 멋대로 디폴트 처리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강원도는 4개월치 이자를 미리 입금하면서 “구두 합의했다”는 중도개발공사 전언에 ABCP 대출 만기 연장 확약서를 쓰지 않았다.
BNK투자증권은 ABCP 만기를 4개월이 아닌 3개월만 연장하자는 대주단(대출 금융사 단체) 요청을 받고 논의 중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던 중 만기를 하루 앞둔 지난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중도개발공사를 회생 신청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채무자(중도개발공사)의 신용상 중대한 문제 발생’이라는 기한이익상실 사유에 해당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처리했다는 주장이다.
강원도는 “만기일 하루 전까지 연장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BNK투자증권이 거짓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융권에서는 강원도 주장에 일견 타당한 부분은 있지만 ABCP 대출 만기 연장 확약서를 쓰지 않은 이상 법적 공방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평이다.
확약서를 쓰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것이 강원도 주장이다. 근거는 ‘2023년 11월 28일까지 채무자 요청에 따라 대출 만기일을 여러 차례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약정서다. 해당 약정서에서는 ‘대출 요건을 충족할 경우 ABCP 만기를 단독으로 연장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