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무기력과 죄책감을 느끼는 2030세대를 위한 교회 역할론이 떠오르고 있다. 한국교회가 이들에게 진정한 위로자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청년세대를 복음의 세계로 이끄는 사역에서도 청년 목회자들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사건 이후 우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씨는 2일 “우리 집이 이태원과 가깝다. 그날 마침 교회 야유회에 참여했었는데 그 행사가 없었다면 이태원 구경을 하러 나갔을 수도 있었다”며 “사건과 관련된 자극적인 영상과 사진에 충격도 받았고 왜 현장을 통제하지 않았는지 분노도 생겼다. 그 후 기쁜 일에도 마음껏 기뻐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위축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청년부 사역자들도 침체된 청년들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 사역자들은 사고 이후 트라우마나 감정적 무기력을 호소하는 이들을 일대일로 만나 목양할 계획도 구상 중이다. 일각에서는 “건전한 청년문화가 없어 젊은이들이 핼러윈에 빠져들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사역자들은 이 같은 해석이나 발언을 경계했다. 피해자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게 될뿐더러 핼러윈을 하나의 문화로 즐기던 청년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선민 삼일교회 청년부 목사는 “기독교인 여부와 상관 없이 핼러윈은 청년들의 삶 곳곳에 자리 잡았다”며 “내가 겪을 수도 있었던 일이라는 생각에 학생들의 충격이 컸다. 참사 이후 지금까지 청년들에게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자고 독려했으며 이번 주일에는 남은 청년들의 상처와 죄책감을 위로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가 전도에 대한 ‘거룩한 부담감’을 던져주기도 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세상 문화 속에서 놀 것 다 놀아봤지만 마음의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평소에도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홍석원 신촌성결교회 청년부 목사는 “지난 주일 예배 후 마음에 품은 전도 대상자를 위해 기도할 사람은 따로 남으라고 했더니 300여명이 남아 기도했다”면서 “지금 청년들은 진리에 목말라 있다. 휘발성이 강한 일회성 행사나 일시적인 관계가 아니다. 교회가 청년들의 이런 요청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복음에 대한 도전을 계속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