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셀프 수사’ 경찰, 국민 불신과 우려 직시하길

입력 2022-11-03 04:04 수정 2022-11-03 04:04
2일 오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2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 8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개정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지난 9월 10일부터 대형 참사 사건이 검찰의 수사 개시 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이번 참사에 대한 1차 수사는 경찰이 사실상 전적인 책임을 지고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찰에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는데 과연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 수사를 주도하고도 미흡한 결과를 내놓아 수사 역량과 의지를 의심 받았는데 이번에는 경찰이 주요 수사 대상이어서 더더욱 그런 우려를 낳고 있다.

경찰은 이런 불신과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수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참사의 전모를 밝히고 원인을 제공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실무자급 몇 명 처벌하고 끝내는 ‘꼬리 자르기’ 수사가 돼선 안 된다. 참사 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건의 112 신고가 접수됐는데도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데 대한 책임 규명은 물론 대규모 인파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현장 통제 인력 배치가 미흡했던 데 대한 각급 지휘부의 과실 여부도 따져야 한다. 참사 신고가 접수되고 1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경찰 지휘부에 보고됐다는데 지휘 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용산구와 서울시 등 다른 기관의 사전 관리와 대응은 적절했는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인근 건축물 불법 증축의 실태와 책임 소재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경찰에 맡겨진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진상 규명에 임하겠다”고 했다. 경찰의 명예를 걸고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특수본은 정권이나 경찰 지휘부 등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오직 법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해 납득할만한 결과물을 내놓길 바란다. 수사가 흐지부지된다면 경찰은 중요 수사를 맡을 자격이 없다는 여론이 비등해질 것이라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