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중국을 중공이라 부르던 1983년 5월 7일 오후, 서울·경기 일대에 갑자기 경계경보가 울리더니 곧 “실제 상황”이라는 다급한 민방위 방송과 함께 공습경보로 바뀌었다. 일상을 멈춘 사이렌의 원인은 전투기였다. 미그21 한 대가 서해 영공에 진입해 빠르게 날아왔다. 우리 전투기가 출격해 유도착륙을 시키고 보니, 그 조종사는 공산 치하에서 벗어나려 훈련비행 중 편대를 이탈한 중국군 시험비행단원이었다. 망명 전투기에 놀라 수도권을 17분간 초긴장 상태에 빠뜨렸던 휴전 이후 첫 공습경보는 그렇게 해프닝이 됐다.
중앙민방위경보통제센터는 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민방공 경계경보를, 공격이 임박했거나 실시됐을 때 공습경보를 군의 요청에 따라 발령한다. 경계 사이렌은 평탄음이 1분간 지속되고, 공습 사이렌은 5초간 음이 높아지다 3초간 낮아지기를 반복한다. 한국전쟁 이후 13차례 민방공 실제 경보가 울렸는데, 그중 공습경보는 5차례였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후 우리 군이 연평도 사격훈련을 재개할 때(북한의 맞대응 협박이 있었다), 2014년 연평도 해역에서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함정 인근에 포격했을 때, 2016년 북한이 백령도 상공을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을 쐈을 때 등이다.
이후엔 해프닝만 있었다. 2017년 경북 칠곡에서 40분간 울린 공습경보 사이렌은 미군부대 경보 시스템의 오작동이었고, 2019년 동두천 미군부대에서도 취침나팔 대신 공습경보가 켜져 같은 소동이 벌어졌다. 2018년 춘천MBC는 드라마 방송 중 공습경보 자막을 잘못 내보내 문의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그렇게 6년9개월 잠잠하던 공습경보가 2일 울릉도에서 울렸다. 북한 미사일이 속초 코앞에 떨어졌는데, 그 궤적이 울릉도를 향하고 있었다. 최근 행태를 볼 때 의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먼 바다로 쏴대던 이들이 우리를 직접 겨냥하며 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깡패 짓으로 살길을 찾아보려는 자들을 곁에 두고 산다는 건 요란한 사이렌 소리처럼 짜증나는 일이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