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쓰다 버려지는 ‘일회용품 정책’

입력 2022-11-02 04:04

환경부가 오는 24일부터 시행되는 편의점 등의 일회용품 규제와 관련해 1년간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식당 내에서 일회용 물티슈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은 입법예고까지 했으나 아예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환경당국의 일회용품 정책이 또다시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환경부에 따르면 24일부터 편의점 등 중소형 매장에서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 카페·식당 같은 식품접객업소에선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이 금지된다.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에선 우산비닐을 제공할 수 없고, 체육시설에서 일회용 응원용품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다만 환경부는 비닐봉투,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의 경우 1년간 단속을 하지 않기로 했다. 캠페인 등을 통해 사업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8월 온라인 설명회 등을 진행하면서 소비자의 인식변화와 현장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입법예고돼 시행을 검토 중이던 식당 내 일회용 물티슈 사용 규제도 철회했다. 대신 일회용 물티슈 생산 자체를 줄이기 위해 제조업체에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일회용품 규제를 시행하기 직전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은 올해만 네 번째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4월 시행 예정이었던 카페·식당 내 플라스틱 일회용컵 금지 조치를 기한 없이 유예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등이 이유였다. 2년간 준비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시행을 3주 남겨놓고 준비 부족으로 6개월 미뤄졌다. 이후 보증금제는 세종·제주 지역 시범사업으로 대폭 축소됐다.

환경단체는 이날 일제히 성명을 내고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24일 시행되는 일회용품 규제는 2019년 일회용품 감축 로드맵을 통해 예고됐던 내용인 데다 관련 시행령도 지난해 12월 마련돼 결국 환경당국의 실행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환경연합은 “단계적 규제를 계속 유예시키는 것은 업체에 일회용품 사용을 자율적으로 하라는 신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