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좁은 골목에 해밀톤호텔 불법증축… 구청, 수년째 방치

입력 2022-11-02 04:07
지난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골목과 붙어있는 해밀톤호텔 측이 일부 공간을 불법 증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밀톤호텔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호텔 본관 후면의 17.4㎡ 규모 테라스, 맞은편의 호텔 별관 1·2층 등이 무단으로 증축됐다. 골목과 맞닿은 호텔 옆면에도 가벽 등이 설치돼 폭 4m 이상이던 골목이 3.2m까지 좁아졌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골목은 수년째 무단 증축된 건축물로 비좁아져 있었지만, 단속 주체인 용산구청은 사실상 이를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발, 영업정지 요청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할 수 있음에도 이행강제금만 부과하는 데 그쳐 이번 참사의 한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1일 확인한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참사가 일어난 골목과 붙어 있는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본관 후면은 17.4㎡ 규모의 테라스를 무단 증축해 위반건축물로 등재됐다. 가로 1m, 세로 17.4m의 테라스는 사고 골목과 90도로 이어지는 세계음식문화거리 도로를 5m에서 4m로 좁혔다. 맞은편의 해밀톤호텔 별관 역시 1·2층이 철골과 유리 등으로 무단 증축된 위반건축물이다.

호텔 측은 골목 중간에 건축선을 넘어선 계단을 설치하고 그 하단부터 내리막길을 따라 철제 가벽을 설치했다. 이 때문에 건축법상 4m 이상이어야 하는 도로는 3.2m로 좁아졌다. 하지만 구청은 “지붕이 없는 임시 가벽이라 단속 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이를 묵인했다.

여기에 더해 당일 현장에는 핼러윈을 맞아 별관 주점에서 폭 1m의 행사 부스도 무단으로 설치해 행인들이 설 자리를 좁혔다. 좁아진 골목은 인파가 몰리는 병목현상을 키웠고 사고 후 구급대원의 접근도 지체시켰다. 시설물 관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통행 흐름이 보다 수월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구청은 단속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포털사이트 로드맵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비슷한 형태의 호텔 후면 테라스는 다른 업소가 해당 장소를 임대했던 2012년에도 있었다. 하지만 건축물대장에 해당 테라스가 무단 증축됐다고 처음 등재된 건 지난해다. 매해 핼러윈 등 기념일마다 인파가 몰리는 골목임에도 단속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불법증축 상태가 방치된 것이다.

해밀톤호텔 별관도 2013년 12월 31㎡로 기재된 위반면적이 2017년 51㎡까지 늘어난 것으로 정정됐다. 2013년 1층과 2층에 무단 증축된 78㎡의 위반사항도 해소되지 않았다. 심지어 사고 골목에 있는 해밀톤호텔 맞은편 건물 중 하나는 무허가 건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정이 되지 않으면 구청은 건축법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실제 해밀톤호텔은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서 위반사항을 시정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해 왔다. 계속 시정이 이뤄지지 않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구청은 해당 업소를 고발하거나 운영 정지를 요청할 수 있지만 구청은 이행강제금 부과 외에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시정조치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도 지방자치단체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문제가 시정되도록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해 사실상 법의 의도를 무력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철저하게 단속해 시정 조치를 이끌어내야 이번 사고와 같은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해밀톤호텔과 인근에 불법 테라스를 조성한 음식점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구청에 대해서도 위반 사항이 있는지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도로법이나 건축법 등에 저촉을 받거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며 “다양하고 폭넓게 하나하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한주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