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의 코로나사태 속에서도 꿋꿋이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이 2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도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척도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V자’ 반등을 기대했던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월(557억 달러) 대비 5.7% 감소한 52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액 증가세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6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5.3%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한 자릿수 증가율로 떨어지더니 4개월 후인 지난달에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나타냈다.
최근 미·중 갈등 상황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17.4% 급감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수출액 감소세는 지난 8월부터 3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이 외에도 컴퓨터(-37.1%) 석유화학(-25.5%) 가전(-22.3%) 철강(-20.8%) 바이오헬스(-18.7%) 등 주력 품목 수출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15대 주력 품목 중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증가한 품목은 6개 품목에 불과했다.
2020년 11월 이후 23개월 동안 이어졌던 수출 증가세가 꺾인 점도 문제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게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무역수지 적자는 67억 달러로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고공행진하는 에너지 수입 가격과 주력 수출 품목 수요 감소가 맞물린 결과다. 무역수지 적자가 7개월간 이어진 것은 외환위기를 겪던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31일 기준 전날 대비 4pb 증가한 70pb(0.7%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11월 14일 이후 약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S 프리미엄은 국가 경제 위험이 클수록 올라가는 대표적인 신용 지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금리 인상이란 대외 상황과 지속되는 무역수지 적자라는 대내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긴급 수출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수요둔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우리 수출입 여건이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