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으로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최근 여의도에서는 강원도 출신 금융인들이 때아닌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강원도 출신 금융인은 1일 “‘너무 창피해서 고개도 못 들고 다니겠다’는 동향 사람이 다수”라면서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이 워낙 커 여의도에서는 요즘 ‘감자도 제대로 못 먹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국내 8도 중 인구가 가장 적은 만큼 여의도에서 출신인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은행권에 이동빈 Sh수협은행장, 보험업권에 김정남 DB손해보험 부회장 정도다.
하지만 지난 정부 때는 금융 실세가 즐비했다. 재정·금융·통화당국 수장(홍남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을 모두 강원도 출신이 맡으면서 동향인 일부가 모여 “이제는 ‘강금회(강원도 출신 금융인 모임)’ 시대가 왔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 김 지사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다른 강원도 출신 금융인은 “박근혜정부 때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가, 문재인정부 초기에는 ‘부금회(부산 출신 금융인 모임)’가 여의도를 주름잡는 것을 보며 배가 아팠는데 이번 레고랜드 사태로 한동안 잘 나갔던 강금회는 여의도에서 발도 못 붙이게 됐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충여회(충암고 출신 금융인 모임)’가 한때 각광을 받았다. 충암고 출신이지만 법조계 인맥이 주류인 윤석열 대통령과 애초 큰 관련이 없었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자 자진 해산했다.
한 금융인은 “금융권은 정보가 중요해 이를 공유하기 위한 친목 모임이 과거부터 발달했다”면서 “지연이나 학연에 기반을 둔 모임이 다수로 이런 ‘끼리끼리’ 문화를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는 시선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